"혹시 '16~21만 원'의 봉급이 적다고 여기는 병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병사들을 믿고 매일 편안히 발 뻗고 잠자리에 드는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대우는 금수저급이 아닐까?" (국방일보 2017년 1월 15일자 "[김수인 독자마당] '21만 원의 행복'" 중)이 글은 KRP이라는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며, 전직 스포츠지 기자였던 김수인이라는 사람의 국방일보 기고문이다(물론 그는 기고문에서 자신을 '수필가'라고만 소개했다). 연초부터 이런 황당한 글을 만나 자괴감이 들었다. 주변 예비역 남성들의 반응 역시 매서웠다. 당장 국방일보 댓글만 보더라도 그랬다. 대한민국 절대 다수의 남성들은, 사병들의 처우에 대해서 격한 반응을 보인다. 체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인씨는 기고문에서 1970년대 중반 자신의 하사관 복무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자신의 월급과 2017년도 병장 월급을 비교했다. 그는 "40년 만에 무려 60배(216,000÷3600)가 올랐다!"면서 "어느 분야보다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난 두 가지 측면에서 반박하고 싶다. 우선 김수인씨는 당시 하사관인 자신의 월급이 병장 월급보다 10%쯤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월급 액수인 3600원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국방부가 발간한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당시 병장 월급은 2890원이었다. 10%가 아니라, 약 20%의 차이다. 월급 체계에서 10% 차이와 20%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둘째, 물가는 전혀 고려치 않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김수인씨가 하사관으로 복무하던 1977년 이후 지금까지 물가가 12.7배 올랐다. 월급 액수는 60배가 올랐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5배가 올랐을 뿐이다. 같은 기간 교사나 공무원의 월급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애초에 의무 복무라는 이유로 사병들의 급여가 적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전혀 오르지 않은 셈이다.
'사병은 생활비 안 든다'는 엄청난 착각
김수인씨는 월급 액수 비교에 이어, 남수단의 수녀 이야기를 인용한다. 그는 한비야의 저서 '1그램의 용기'에 나오는 일화를 언급한다. 2012년 저자 한비야는 남수단의 수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수녀들이 한 달 용돈 2만 원으로도 행복하고 풍족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김수인씨는 이 예시를 말하면서, 대한민국 사병들의 월급이 "수녀님들에 비하면 엄청난 '고액 봉급'"이라고 표현한다.
비교 대상이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수녀들과, 출생과 동시에 부여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을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만약 20대 남성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군대에서 일하는 것과 동일한 강도와 시간으로 사회에서 노동한다면 그들이 벌 수 있는 월급의 액수는 못해도 200만 원이 넘는다. 돈이 아니라 그들이 일로써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생각한다면, 수 억 원이 넘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비교에는, '대한민국 군인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으므로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착각이 깔려있다. 요즘 훈련소에 입대하면 구매 신청서부터 작성한다. 물티슈 등 훈련에 필요하지만 보급되지 않는 물품을 사라는 것이다. 자대에 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우편, 전화, 인터넷(사이버 지식 정보방 이용료는 올해가 되어서야 무료화됐다) 등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수단은 모두 유료다.
심지어 내가 복무하던 부대에서는 여름에 입는 쿨론 소재의 티셔츠까지 자비로 구입하게 했다. 전역할 때도 그랬다. 예비군 표장을 전투복에 박는 것까지 일반 세탁소보다 훨씬 비싼 값에 맡겨야 했다. 그런데 김수인씨는 "진짜 '쥐꼬리 봉급'이었지만 충성마트에서 빵이랑 사이다랑 모자라지 않게 사 먹었다"면서 요즘 사병들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을 책망하듯이 말한다.
1970년대 사고방식은 제발 혼자 간직하시라김수인씨는 위와 같은 사실들을 몰랐던 것일까. 알고도 이렇게 썼다면 나쁜 것이고, 모르고 이렇게 썼다면 무지한 것이자 무책임한 것이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이 정도 팩트 체크는 기본이며, 인터넷으로 1시간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더구나 현역 장병들을 상대로 배포되는 국방일보에 이 같은 기고문을 싣었다. 예비역인 나도 화가 나는데, 현역들이 들었을 자괴감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굳이 '열정 페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내가 경험하던 시절에 비하면 훨씬 낫네"라는 가치관으로 병폐를 대물림해서는 곤란하다. 6.25 전쟁 때보다, 군사독재 시절보다 지금이 낫지 않느냐던 사람들도 오늘날 국정농단 사태 앞에서 입을 다물지 않는가. 오늘날의 문제는 오늘날의 시각으로 진단하고, 오늘날의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 사병 월급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야 하고, 최저임금까지는 올려야 한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의 기회를 좋든 싫든 박탈당한 데 대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김수인씨에게 말한다. 1970년대에 정지된 사고방식은 혼자 간직하시라. 일기에는 아무 말이나 쓸 수 있지만, 지면에는 아무 말이나 써서는 안 된다. 전직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정성이 느껴지는 글을 요구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기고'라는 숭고한 행위는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그것이 연초부터 불특정 다수의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준 데 대한 최소한의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