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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북콘서트 '대한민국이 묻는다' 행사에서 안보자문위원 합류 소식을 전하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모습.
지난 4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북콘서트 '대한민국이 묻는다' 행사에서 안보자문위원 합류 소식을 전하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모습. ⓒ 문재인 블로그

전인범씨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서 영입했다. 전씨는 과거 특전사령관 시절 포로훈련중인 두 명의 부사관이 사망했을 당시 사과와 반성보다는 자기 변명식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인권 인식이 결여된 지휘관의 행태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야 할지 걱정이다. 이에 특전사 사건에 대한 소개와 전인범, 그리고 한민구 국방장관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하고자 기사를 썼다.... 기자말

['전인범 영입' 다른 의견의 기사] '특전사' 출신 전직 장성이 빨갱이라고?

2014년 9월 2일, 특전사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포로로 체포될 경우 탈출하는 훈련을 시킨다며 부사관 3명의 얼굴에 신발 주머니를 씌운 후 양팔을 묶어 독방에 가뒀는데 이 중 2명이 질식 사망하고 1명은 중상을 입는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군인들이 이렇게 사망할 때까지 이 훈련을 감독하던 이들은 무엇을 했나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더구나 군인들이 죽기 전, 무려 1시간 넘게 "살려 달라"며 처절하게 절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왜 당시 훈련 교관들은 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일까요?

살려 달라는 절규를 연기로 오해, 다른 사람은 내연녀와 통화

이 사건 발생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의원실에서 보좌진으로 근무하던 저는, 그래서 국방부에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확인 결과, 놀라운 비밀이 밝혀집니다. 훈련 교관 중 1명은 이들 사망자가 "살려 달라"며 발버둥 치는 절규를 '훈련 중 연극'으로 오판했다고 합니다. 너무도 어이없는 변명이었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또 다른 한 명의 훈련 교관이었습니다. 그는 사건 당시 이런 상황 자체도 몰랐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자신의 내연녀와 이 사건이 벌어질 때 전화 통화를 하고 있어서였습니다. 하지만 황당한 일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더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군사법원에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의 처벌 결과입니다.

군 검찰은 이후 모두 6명의 훈련 책임자를 기소합니다. 훈련을 계획한 부서인 제13공수특전여단 작전참모와 같은 여단 작전처 소속의 교육 훈련계획 장교, 그리고 당일 훈련 교관 4명이었습니다. 훈련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만 군 검찰이 엄정하게 판단하여 기소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군사법원은 이들 6명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을까요? 2명이나 목숨을 잃었으니 누가 봐도 상당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군사법원은 이들 6명 중 누구에게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내연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던 부사관마저도 벌금형이 내려졌고 그 외 나머지 3명의 교관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진 것입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약과입니다. 더 놀라운 일은 또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사건을 계획한 담당 장교 2명에게는 아예 '무죄'가 선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그래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결말은 이러한 군사법원입니다. 늘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항소심 고등군사법원은 이들 장교 2인에 대해 "일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더라도 피해자들의 사망·부상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망한 군인은 왜 죽은 것일까요? 먼저 사망한 부사관의 얼굴을 씌운 두건의 재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 발생 후 저는 특전사 측에 문제의 훈련 두건을 의원실에 제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두건이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서 제출받은 문제의 두건을 살펴보니 이것은 일반적인 두건이 아니라 흔히 문방구에서 파는 신발 주머니였습니다. 그런데 그 재질이 부드러운 천이 아니라 방수포로서 공기가 많이 흡입될 수 없는 재질이었습니다. 그냥 자기들이 한 번만 얼굴에 써 보기만 했어도 문제점을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 확인도 없이 훈련에 사용했으니 공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 피해자들은 두 손이 묶인 채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건 등을 준비하고 계획한 훈련 준비 장교 등에게 무죄를 내리다니, 그럼 앞으로도 또 이렇게 업무를 하라는 것밖에 더 되겠습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군사법원의 판결이 제2, 제3의 또 다른 사고 피해자를 만드는 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은 죽어도 책임은 없다는 군사법원, 말이 되나?

 포로체험 훈련 중 순직한 특전사 대원의 합동안장식이 엄수된 2014년 9월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에서 조아무개 중사의 어머니가 목비를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포로체험 훈련 중 순직한 특전사 대원의 합동안장식이 엄수된 2014년 9월 5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사병 제4묘역에서 조아무개 중사의 어머니가 목비를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더 놀랍고 충격적인 일은 여기까지가 아닙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로 군인을 잃은 국민이 분노하는 있는 상황에서 해당 부대의 최고 책임자인 전인범 당시 특전사령관의 발언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그의 발언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훈련 중 안전사고를 걱정해 본 적은 없다. 다만 준비가 부족한 내 부하를 적진에 보내야 할까 봐 두려웠다."

이 말, 멋진가요? 과연 사망한 이들 피해자의 부모와 형제에게도 그렇게 들릴까요? 훈련 중 안전사고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는 이 말을 이 상황에서 정말 할 수 있나요? 이같은 지휘관의 참담한 인권 인식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또 말합니다. 비록 불행한 사고였지만 이것을 가지고 전인범 특전사령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지난 2016년 7월 5일 국회 대정부질의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정의당 소속의 김종대 국회의원이 질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종대 의원은 군에서 사망하는 군인의 문제에 대해 개선안을 제기하며 하소연하듯 부탁했습니다. 피해 유족들이 바라는 대로 군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였습니다. 그때 답변에 나선 한민구 국방장관의 답변은 너무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장관은 "작은 것을 가지고 전체를 문제시한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군 사망사고 피해 유족들은 절망했습니다. 한 장관에게는 64만 명 중 한 명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아이의 부모에게는 '유일한 땅이고 또 하나의 하늘'인데, 그 아들을 잃은 유족에게 국방 장관의 발언은 너무도 끔찍한 인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권의식이 결여된 군 지휘관, 이게 문제

마찬가지입니다. 전인범 특전사령관의 발언이나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에는 매우 심각한 인권 인식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군 유족들은 말합니다. 차라리 내 자식이 전쟁 중 사망했다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아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왜 책임이 없단 말입니까?

그래서 저는 요구합니다. 군 지휘관의 잘못된 인권 의식을 바꿔야 합니다.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지휘관의 잘못에 의해 사병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면 이에 대해 무겁고 단호한 처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더 이상 억울한 군인의 죽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식이 죽었다면 절대 하지 못할 말을, '남의 자식이 죽었다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또한, 주장합니다. 전시를 제외하고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합니다. 민간 법정에서 군의 잘못을 따져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상식에 맞는 엄정한 판결이 내려집니다. 도대체 2명의 군인이 질식사로 죽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인데 벌금형에, 무죄가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러한 미약한 처벌로 가해자들이 지금 현재도 군복을 입은 채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개탄합니다.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군대가 강군일 수 없습니다. 과연 오늘날, 우리나라 국방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고 있을까요? 충고합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외침에 의해서만이 아닙니다. 신뢰를 잃은 정치와 군대가 망국으로 가는 길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더 이상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군대가 안 되도록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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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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