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일명 '태극기 시위'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어지면서 서울도서관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회원들이 도서관 안에 들어와 음주와 흡연을 일삼는가 하면 이를 말리는 도서관 직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어 직원들은 '주말근무가 무섭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촛불시민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난해 11월 26일 제5차 촛불집회부터 서울도서관의 주말 화장실 운영시간을 오후 6시에서 밤 10시까지로 연장해 야간에도 개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도서관 측은 주말에 직원 2~3명을 추가로 배치해 교대로 연장근무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평화롭게 열리고 시민들이 화장실을 질서 있게 이용해 큰 문제 없이 운영됐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서울광장 인근에서 보수단체 집회가 열리면서부터다.
음주·흡연에 "박원순 물러나라" 욕설... "세월호 추모공간 부숴버리자" 선동 지난 6일 서울시 직원 내부통신망 자유게시판에는 서울도서관 직원이 보수단체 회원들의 추태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직원은 일부 시위자들이 ▲ 도서관 내에서 음주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한 뒤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며 ▲ 담배를 피우고 ▲ 도서관 내에서 큰소리로 대화를 하여 독서 분위기를 방해하는가 하면 ▲ 집단으로 정문을 막고 있어 일반 시민들의 이용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로비 및 계단에서 "대한민국 만세, 박원순은 물러나라"고 욕설 및 구호를 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있는 세월호 추모공간을 향해 '납골당'이라고 부르며 "부숴버리자"고 선동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를 제지하는 2층 안내데스크의 직원들에게는 서울시 정책에 대해 비난하고 막무가내로 박 시장을 내놓으라고 하는가 하면 시위전단지를 얼굴에 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서로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고 개방시간이 끝나 퇴실하라고 하면 못 나간다며 버틴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이 직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한 번은 세월호 전시실에 들어가 태극기가 달린 긴 국기봉을 휘둘러 혼자 지키고 있던 여성 직원이 공포에 떨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울시 2천년사' 전시가 열리고 있는 2층 기획전시실에 집단으로 밀고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관람을 방해하기도 했다.
"문 닫으려면 거의 폭동 수준... 당직 설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다"이들의 추태가 이어지자 도서관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왜 사태를 방치하냐"고 항의하는 일도 발생했다. 120다산콜에도 "도서관에 못 들어갔다"는 신고가 폭주했다.
글이 게재되자 한 도서관 직원은 댓글에 "도서관 문을 닫으려면 거의 폭동이 일어난다,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심각성을 모른다"며 "다음 주가 당직인데 닥쳐올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나 두렵고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한 서울시 직원은 "그들은 화장실 개방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박 시장 욕을 한바가지 하고 가며, 도서관 이용 시민도 '이럴 거면 도서관 안 왔다'고 불평을 하고 돌아간다"며 "집회 있는 토요일에는 도서관을 임시휴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총무과 관계자는 "태극기 시위 참여자들이 워낙 막무가내인 상황에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 하면서도 "도서관측과 협의해 청원경찰을 추가 배치하거나 경찰 배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탄핵반대 단체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광장에 무단으로 설치된 40여 개의 불법텐트와 분향소에 대해서는 "자진철거 요청과 함께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발부했고 무단점거에 대한 변상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