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이자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에서 남성의 시선으로 페미니즘을 바라본 오찬호씨가 충남 천안을 찾았다. 오씨는 지난 10일 오후 서북구 공간 사이에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넘어 사람다움으로'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특강은 오는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지역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오씨는 "부당한 것을 참을수록 남자가 되어가는데, 그 전제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했다. 오씨는 이 주장을 풀이하기 위해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경험을 들려줬다. 오씨의 말이다.
"고등학교 때 등교 시간이 7시 30분이었는데, 한 번은 3분 지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이 30대를 때렸다. 난 이 매를 참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담임선생은 물론 일진(학교 폭력배를 지칭하는 은어 - 글쓴이)마저 건드리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 남자답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이때 남자답게 구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임을 내면으로 경험했다."
오씨는 이런 '남자다움'을 경고한다. '남자다움'이 필연적으로 여성을 부차적인 존재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씨는 "우리가 배운 남자가 되는 법의 대부분은 여성의 성향이나 관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데서 시작된다"고 꼬집는다.
한편 오씨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데 조심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전의 페미니즘은 목숨을 건 투쟁을 했었다. 심리학을 택했으면 이 분야를 공부하면 된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그 자체로 불이익을 당했다. 특히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는 큰 낙인이다. 예를 들어 명절날 전을 부치는 문제로 여성학자가 칼럼을 쓰면 부정적 낙인이 찍힌다. 흡사 중세시대 때 지구는 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남자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썼으니 그나마 읽어주는 것이다."오씨는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보수적이고 경직돼 있다. 그러나 잘못된 관습과 질서로 인해 나중에 오는 이들이 차별과 불평등을 경험한다면 끊어야 한다"며 "후손들에게 내가 무엇을 물려줘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