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월 16일 오후 5시 35분]
청와대가 '치외법권 지대'가 됐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 경호실장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을 집행정지해달라는 박영수 특검의 신청이 각하됐고, 더 이상 압수수색을 할 방도가 없는 상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16일 특검이 청와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국가기관인 특검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하는 게 기존 법리상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예 심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낙의 처분성, 신청인(특검)의 당사자적격, 신청의 이익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 사건 신청은 부적법하여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법원은 우선,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의 불승인을 행정처분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행정소송법이 정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110조·111조에 근거해 압수수색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책임자나 공무소 등의 불승낙은 능동적으로 압수·수색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소극적으로 군사상 또는 공무상의 비밀보호를 위해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히는데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소송법이 정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에 준하는 행정작용인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인 특검이 청와대의 불승낙으로 압수수색을 할 수 없음은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가 설정한 압수수색의 절차 등의 요건에 따른 것이고 그 권한 행사에 직접적인 제한이나 제재 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소명만으로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이 특검의 신청을 받아들여 청와대의 불승인을 집행정지시키더라도, 특검이 곧바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특검이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효력정지결정이 있더라도 불승낙이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불과하여 책임자(대통령 비서실장·경호실장)나 소속 공무소 등의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신청인(특검)은 여전히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의 요건을 갖추어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의 집행정지신청이 각하됨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실시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청와대는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시도에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이유를 들어 불승인 사유서를 내밀면 압수수색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