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문명고등학교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 시위를 우려해 20일과 21일 양일간 학생들이 등교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연구학교 신청을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명고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20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취소' 집회를 하기로 하자 19일 오후 5시께 학생들에게 "2월 20일(월)~21일(화)은 자율학습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 참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자율학습 취소에 대해 이 학교 A교사는 "교사들도 학생들을 통해 알았다. 20일부터 새로운 담임이 학생들과 만나 상담을 시작할 계획이었다"며 "갑자기 취소한 것은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막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의 등교 저지에도 20일 오전 학교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1인 시위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전성훈 학생회장은 "학교에서 등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전체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몇 명이 모이더라도 20일 오전 9시부터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대책위를 구성하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부모들도 학생들과 함께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상국 학부모 대책위원장은 "학교에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때까지 학생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에도 나섰다. 문명고 학생회는 지난 18일부터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1만 명 서명을 시작해 하루 만에 19일 오후 8시 30분 현재 6900명을 넘겼다. 또 20일부터는 학교에서 연구학교 반대 서명도 받을 예정이다.
학생회는 이슈청원에서 "저희 학교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일말의 통보도 없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으며 교장 선생님은 이미 다 결정이 나버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우리 학생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어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는지는 교과목 선생님들이 충분한 회의를 거쳐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경북교육청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공문을 보냈고 문명고는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음에도 그 의견들을 묵살한 채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고 신청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학생들은 또 학교에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한 교사들을 징계한 데 대해서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3년 동안이나 부장교사를 담당하셨던 ㅊ 선생님은 보직에서 해임되셨고 곧 3학년이 되는 학생들과 오리엔테이션(OT) 형식의 만남을 가진 ㅂ 선생님은 하루아침에 담임에서 배제되었다. 또한, ㅈ 선생님은 새 학기가 되면서 도서관 업무를 맡을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교체되었다"며 "이것은 분명히 비교육적인 행위이며 비민주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연구학교 운영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교장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막은 이유에 대해 "방학 때니까 학교에서 자습을 하고 교사들이 감독을 하려고 했는데 학부모들이 학교에 들어와 시위를 한다고 해서 좋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 공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이어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는데 (국정교과서 폐기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니까 그걸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법이 통과되더라도 부교재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