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과 우수도 지났으니 이제 봄이다. 기나긴 겨우내 날마다 먹었던 집밥도 이젠 물릴 때가 되었다. 나른한 봄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으려면 어떤 음식이 좋을까. 아직 차가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어서 김밥 싸들고 나들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렇다면 가까운 식당을 찾아가 좀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오늘 소개할 음식은 중국음식이다. 중식은 짜장면이나 짬뽕도 좋지만 코스요리를 먹어야 제맛이다. 점심특선으로 착한 코스요리를 선보이는 곳이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여수에서 제법 폼 나는 중화요리집 화선생이다.
1만원 점심특선... 게살스프, 새우롤샐러드, 유산슬, 탕수육에 짜장면까지
착한 가격의 1만원 점심특선은 최근 이집의 웍을 잡은 전동남(49) 책임 셰프의 작품이다. 그는 중화요리 30년 경력의 내공을 자랑한다. 주로 서울의 이름난 중식집에서 활동하였으며 중국의 4대 요리를 두루두루 섭렵한 실력파다.
점심이긴 하지만 단돈 1만원에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어떤 구성일까, 호기심에 메뉴판을 살펴봤다. 게살스프, 새우롤샐러드, 유산슬, 탕수육과 식사다. 식사메뉴는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비 나름 괜찮아 보인다.
중화풍의 게살스프지만 전혀 거부감이 없이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게살에 계란흰자와 녹말을 풀어 걸쭉하게 끓여냈다. 목 넘김이 좋아 입맛 없을 때나 아침 식사대용으로도 좋을 듯싶다. 가볍게 맛보기 정도로 나온다. 게살은 일반적으로 게살보다는 천연게살(crab meat)의 맛을 잘 살려낸 크래미를 사용한다.
새우롤샐러드는 오렌지과일소스를 뿌려낸 샐러드에 쌀가루 옷을 입은 새우튀김을 올렸다. 은은한 소스향이 좋다. 샐러드의 상큼한 식감에서, 오렌지과일소스에서 봄 향기가 언뜻 느껴진다.
유산슬도 맛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죽순과 표고버섯 팽이버섯 등의 식재료 내음도 좋다. 새우와 건해삼도 들어갔다. 굴 소스에 볶아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유산슬은 tvN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에릭이 선보여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음식이다.
맛깔나고 진득한 소스를 뿌려낸 탕수육은 쫄깃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돋보인다.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다. 마무리 식사는 짜장면이나 짬뽕면 중에서 취향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착한 가격에 이렇듯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 좋다. 한편으론 점심특선이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집의 비주얼 깡패 문어짬뽕(1만원)도 먹어볼 만하다. 새빨간데다 얼큰한 국물이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갔다. 중면을 사용해 면발의 식감도 괜찮다. 무엇보다 짬뽕에 자숙 문어를 넉넉하게 올려내 마음에 든다.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문어짬뽕도 한번 맛보시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