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업 불황 속에, 조선소 노동자들이 금융기관들의 '선수금 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거부 내지 높은 기준으로 인해 선박 수주가 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0일 오후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산업 회생을 위한 중앙·지방정부의 정책적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업체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려면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 보증이 필요한데 이를 선수금환급보증이라 하고, RG는 조선업체가 파산했을 경우 업체가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겠다는 보증서라 할 수 있다.
일본이나 중국, 한국 대형조선소의 경우 RG발급 수수료가 0.3~0.5% 수준이지만, 한국 중형조선소는 2~3%대로 높다. 노동계는 선박 수주를 위해서는 RG발급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것.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금융기관은 RG 발급에 소극적이다"며 "조선업에 발급하는 RG를 부실채권으로 받아들여서 국책은행의 경우에는 감사원에서, 민간은행의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지적과 제재가 이어진다"고 했다.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건조 능력이 떨어지는 부실 조선소 관리를 위해 RG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7년 이상 버티면서 검증된 조선소들에게는 이제 그만 요건을 완화하여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경남 소재 한 중형조선소의 경우 최근 그리스와 러시아에서 선박을 수주하려고 했지만 RG발급 문제 때문에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1% 이윤 보장'의 RG발급 기준은 조선산업을 더욱 위기로 내몰고, 중형조선소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국회 차원의 정치적 결정으로 RG발급 기준을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조선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기구를 설치할 것"과 "특별고용지원업종 기간을 연장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조선업이 위기라 한다. 어려운 경제를 해결 위한 것이라면 규제를 푸는 게 이치에 맞다"며 "정부는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말만 하지 말고, 옭죄고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하며, 다양한 지원정책을 편다면 조선업은 더 발전할 것"이라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과 고민철 STX조선지회장, 강기성 성동조선해양지회장, 유병묵 STX엔진지회 부지회장이 참석했고, 김종태 대우조선노조 부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