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기 흔드는 정병국 대표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병국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당기 흔드는 정병국 대표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정병국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남소연

지금 바른정당의 시계(視界)는 암흑에 가깝다. 정병국 대표가 지난달 24일 당기를 휘날리며 외친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겠다"는 다짐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망한 당" 소리까지 나온다. 창당 한 달간 바른정당이 겪은 굴욕을 살펴보면 내상이 만만치 않다.  

'도로친박당' 보다 더 매 맞는 '비박당'
[굴욕 1] 비교섭단체보다 못한 국민 관심

가장 가시적인 굴욕이다. 창당 이래 바른정당의 지지도는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창당 당일인 지난달 24일 정당 지지도는 9.2%였다. 그로부터 꼬박 한 달 뒤인 지난 23일, 같은 조사에서 약 2.9%포인트 하락한 6.3%를 얻었다(아래 조사 결과 포함,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바른정당의 존재감은 더욱 옅어졌다. 지지도에서 그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9일에는 5.8%의 지지를 얻어 의석 6석의 비교섭단체 정의당(6.8%)보다 뒤졌다(리얼미터). '초비상'이 걸렸다. 당내 한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다수 참석자들이 "구조적 어려움"과 "답답함"을 성토하기도 했다.   

[굴욕 2] 바닥을 헤엄치는 대선주자 지지율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대권주자 지지율 또한 한숨 거리다. 24일 한국갤럽에서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유 의원의 지지도는 2%로, 함께 언급된 문재인(32%), 안희정(21%), 황교안-안철수-이재명(8%)에 이어 꼴찌를 달렸다. 남 지사는 조사 대상에도 언급되지 못했다.

유 의원을 조력하는 당내 한 의원은 "국면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개판 쳤다'는 국민적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국민은) 유승민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문재인·안희정으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게임으로, 참 어렵다"고 털어놨다. "뭘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주자는 설상가상 유 의원의 '보수단일화론'을 놓고 대립 중이다. 남 지사는 지난 23일 보수단일화론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유 의원을 향해 "새누리로 돌아가라"고 비난했다. 유 의원은 "대응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경선 전부터 소득 없는 싸움만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 남소연

[굴욕 3] '추가 탈당' 줄고 이탈 조짐까지?

2차 탈당 러시를 자신했던 지도부의 기대와 달리, 자유한국당 일부 중도 의원들의 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 유승민 캠프에 합류한 홍철호 의원을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의석은 32석에서 멈췄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4일 당원 연수에서 "이제는 등 떠밀어도 우리당 안 나간다"고 자부한 이유다.

발을 붙잡는 대표적 이유는 바른정당을 향한 탐탁지 않은 지역 민심이다. 특히 보수 성향이 짙은 경북 지역의 경우, 당에 드리운 '배신자' 낙인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다.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현역 신분에서, 이 시선을 외면하고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자타공인 'TK적자'인 유승민 의원조차 24일 자 갤럽 조사에서 TK 지역 지지도 6%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4%)와 함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지역구의 한 바른정당 의원은 "우리 지역의 경우 김무성, 유승민을 다 싫어한다"면서 "(그런 시선은) 그냥 무조건적이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계속 지역 민심을 듣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탈당) '세모(보류)' 상태다"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의 이탈 조짐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내 한 당직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일부 의원들의)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벌써부터 박맹우 사무총장을 찾아와 돌아가고 싶다고 한 의원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굴욕 4] 반기문 불출마, 우왕좌왕 지도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대선 동력과 지도부의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창당 당시, 정병국 대표는 "당 밖에서 하실 게 아니라 바른정당으로 들어오셔서 본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뛰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며 반 전 총장을 향한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결국 입당이 무산되면서, 당내에서는 '반기문만 쫓다가 대선판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위기극복 불씨는 탄핵 인용?

당을 바라보는 안팎의 진단은 사망선고부터, 재생 기대까지 가지각색이다. 남 지사 캠프의 좌장 격인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바른정당의 모습을 두고 "망한 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기네끼리 서로 (당직) 나눠먹기 하며 즐기고 있지 않나. 지방선거를 거치며 (당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다른 시각을 던졌다. 신 교수는 "보수 세력은 김영삼 정부 이후 항상 (주도권을) 민정계와 민주계를 교대해왔다"면서 "이명박 정권은 민주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정계로, 민주계인 바른정당이 보수 세력을 대표할 때가 오긴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몰락 위기에 처한 '친박' 권력층 대신, 이들에서 이탈한 뒤 새 보수를 선언한 바른정당이 기회를 잡는 게 자연스럽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이어 "바른정당이 친박, 친문 세력의 '무지막지함'을 탈피하면, (대표 보수 세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다수 의원이 주목하는 변곡점은 '탄핵 인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심판으로 권좌에서 내려오면, '친박당'을 떠난 바른정당의 명분이 다시 돋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김학용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이 분수령이 되어 (당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시간문제다. 우리에게는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명분은 다른 진영과의 연대 가능성을 높일 '장작'이 될 전망이다. 김무성 고문과 김종인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거듭 회동하며 '비문 개헌 연대'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유 의원 또한 국민의당 일부 진영과의 연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김학용 의원은 '국민의당 인사 또한 인재영입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소위 패권세력만 아니면 관계없다"고 답했다.


#바른정당#김무성#유승민#남경필#정두언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