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우려된다.
롯데는 2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롯데골프장을 주한미군 사드 배치 부지로 국방부에 제공하기로 하고 군 부지와 교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방부도 이날 오후 "성주CC 측으로부터 이사회 개최 결과 사드 배치 부지 교환을 승인하였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국방부와 성주CC는 빠르면 28일쯤 교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롯데 이사회가 부지 교환을 결정한 후 성주군청을 방문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었으나 사드를 반대하는 군민들이 피켓을 들고 군청 입구를 지키자 방문을 취소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와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대위원회' 등 2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성주군청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외쳤다.
지난 21일부터 롯데골프장에서 대형 트럭을 이용해 장비를 운반하는 등 이사하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되면서 롯데가 부지 제공에 동의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주민들의 상실감은 상당했다.
이들은 '국토부는 강압적인 토지계약 즉각 중단하라', '성주군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치 동의를 하지 말라' 등의 피켓을 들고 롯데와 국방부의 사드 부지 맞교환을 강하게 성토했다.
김충환 성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롯데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군사보호시설로 지정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성주군수가 동의하지 못하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주 김천대책위원장은 "지금 하도 서러워 울고 있다"며 "사드는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고 국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사드는 막아내야 한다. 이빨을 깨물고라도 꼭 사드를 막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성혜 원불교 교무는 "성자가 태어난 곳에 전쟁무기를 들여온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원불교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사무여한의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한 주민은 "롯데가 끝내는 민심을 저버리고 국방부에 토지를 내주기로 했다"며 "이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는 소성리 할머니들의 눈물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며 "끝까지 싸워 사드를 몰아내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골프장이 있는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도 롯데의 결정에 분노를 나타냈다. 이석주 초전면 대책위원장은 "롯데가 이렇게 쉽게 물러날 줄 몰랐다. 참담하다"며 "앞으로 대책을 논의해 우리 지역에 사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주투쟁위와 김천대책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28일 오전 롯데백화점 대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부지 제공에 대해 항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