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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8주년 3.1절 '민주의 종' 타종식에서 윤장현시장, 김블라디미르씨, 이은방시의장, 김성환동구청장이 타종하고 있는 모습
제98주년 3.1절 '민주의 종' 타종식에서 윤장현시장, 김블라디미르씨, 이은방시의장, 김성환동구청장이 타종하고 있는 모습 ⓒ 임무택

대한민국! 그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노래하는 한 유랑민 김블라디미르(61세)씨가 광주광역시 제98주년 삼일절행사에서 고려인마을 대표로 '민주의종' 타종식에 참여하였는데 타종식은 광복회를 중심으로 독립유공자 유족대표와 종교단체 대표, 기관대표가 참석하여 정오에 33번 타종하였습니다.

 '민주의 종' 타종식 참여자 기념촬영
'민주의 종' 타종식 참여자 기념촬영 ⓒ 임무택

광주의 고려인마을은 2000년 1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하여 일하던 우즈벡출신 고려인 신나탈리야씨 1년치 체불 임금 해결이 계기가 되어 고려인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모여들어 현재는 4,000여명의 고려인들이 광산구 월곡동에 옹기종기 고려인 정착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김블라디미르씨가 윤장현시장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계명대 정막래교수가 통역을 해주고 있는 모습
김블라디미르씨가 윤장현시장님과 담소를 나누는데 계명대 정막래교수가 통역을 해주고 있는 모습 ⓒ 임무택

일제 때 만주로 간 사람들은 조선족이고 연해주로 간 사람들을 고려인으로 부르며 고려인은 1860년 무렵부터 1945년 8월까지 농업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러시아지역으로 이주한 동포들입니다. 고려인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독립국가연합 내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들을 총칭하는 용어이며 러시아어로는 '까레이스키'라고 합니다.

 고려인 3세 동포 김블라디미르씨
고려인 3세 동포 김블라디미르씨 ⓒ 임무택

김블라디미르씨는 지난 2014년 아내와 딸과 아들,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 등 일가족 10여명을 동반해, 광주로 이주한 고려인 동포이며 우즈벡 타쉬켄트 문학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하고 의과대학에서 러시아어문학과 학과장을 지낸 시인이자 저명한 학자였습니다. 또한 그의 조부는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전 연해주에서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한 바 있는 독립투사였습니다.

 고려인마을에서 개최된 3.1절 행사에서 홍인화 상임이사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으며 옆에는 이천영(목사) 새날학교 교장.
고려인마을에서 개최된 3.1절 행사에서 홍인화 상임이사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으며 옆에는 이천영(목사) 새날학교 교장. ⓒ 임무택

하지만 김블라디미르씨는 아무도 반겨주는 이 없는 유랑민 고려인동포에 불과했으며, "나는 펜 외에는 무거운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번도 해보지 않은 농촌일손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가 만세삼창을 하는 모습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가 만세삼창을 하는 모습 ⓒ 임무택

또한 김블라디미르씨는 힘겨운 삶을 살면서 고려인마을 주민들의 대소사를 돕는 고려인마을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런 연유로 공적을 인정받아 고려인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마을 대표로 3월 1일 정오 민주의 종각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민주의 종 타종식에 참여한 것입니다.

 참석한 고려인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는 모습
참석한 고려인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는 모습 ⓒ 임무택

고려인동포 3세인 김블라디미르(남,61세)씨가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맞는 2017년 2월 시집 '광주에 내린 첫눈' 을 계명대학교 러시아문학과 정막래 교수의 번역으로 출판하였는데 그는 시집을 판 수익금을 고려인마을의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밝히고 있어 감동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김블라디미르씨가 시를 낭송하고 정막래교수가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
김블라디미르씨가 시를 낭송하고 정막래교수가 통역을 하고 있는 모습 ⓒ 임무택

민중이여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적은 두려움을 잊은 듯하다.
힘과 용기를 보여줘야만 한다.
우리를 끝내 굴복시키지 못한 이들에게.

형제여, 지키기 위해 일어서자.
우리 땅에서 불명예를 씻어내자.
폐허에서 조국을 일으켜 세우자.
적에게 내 나라를 넘기지 말자.

많은 이들이 이 싸움에서 죽어갔다.
만세를 외치면서 전장을 향했다.
자유를 위해 조국을 위해 승리를 위해
나의 동지여, 우리는 죽으러 간다.

그로부터 흐른 세월이 백년이 되어간다.
일제는 오래 전에 내쫓겼다.
수난의 시대였다.
그에 대해 책과 영화가 이야기한다.

바로 오늘 이 날에 시작되었다.
이 날이 없었다면 나라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날이 한반도의
자유와 승리의 기념일이다.

오늘 우리는 그때처럼 만세를 외친다.
그 누구도 우리를 이기지 못하리라고
만방에 알리기 위함이다.
처음으로 적에게 들고 일어섰던 일을,
친구들이여,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 치솟는 종소리는
적과 싸우다 죽은 이들을 기리는 것이다.
우리는 더 친해지고 더 강해지리라.
주여, 우리 땅을 축복하소서.

(광주 고려인마을 제98주년 3.1절 기념행사 및 만세운동 재연식에서 김블라디미르씨가 낭독하고 계명대 정막래교수가 통역을 하였습니다.)


#3.1절#고려인마을#유랑민#까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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