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상 '쏘나타'라는 이름이 요즘처럼 초라하게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지난 30여 년간 '국민차'로 불리며 시장을 주름잡던 쏘나타는 지난해 영업용을 제외한 국산 중형차 시장에서 SM6와 말리부에 밀리면서 3위에 그쳤다. 소비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위기의 쏘나타'를 구하기 위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조기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현대차는 7월로 예정했던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을 4개월 앞당긴 3월에 출시하면서 내·외관 디자인 변경, 안전·편의사양 보강, 트랜스미션 교체 등을 통해 완전변경(풀 체인지) 수준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모델명을 '쏘나타 뉴 라이즈'로 내걸고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신차 수준의 페이스리프트로 봐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7.5 세대 쏘나타'로 명명하기도.
쏘나타 뉴 라이즈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단 확 바뀐 디자인과 늘어난 사양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공개한 렌더링 이미지를 보면 앞부분 끝을 꺾어 내리면서 그릴을 중심으로 굵은 캐릭터 라인을 연결해 역동성과 일체감을 강조했다. 후면은 중간을 두툼하게 부풀리고 끝을 살짝 말아 올려 마치 스포츠세단처럼 보이도록 했다.
전면 '캐스캐이딩' 그릴을 더욱 키우고 그랜저에 적용한 현대차의 안전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 센스'와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DRM)' 기능을 적용했다. 트랜스미션을 자동 8단 변속기로 바꾼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제품 출시를 앞당기면서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앞서 출시된 그랜저 IG처럼 '가죽시트가 흉하게 쭈글쭈글 울고', '세차 후 유리창에 며칠씩 물기가 남는 현상' 등의 여러가지 초기결함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제품의 완성도가 검증된 뒤에 구입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또 하나는 엔진을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이다. 이번에 나오는 쏘나타는 기존 LF쏘나타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쏘나타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김창영(52)씨는 "디자인 변경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중요한 엔진이 바뀌지 않아 실망"이라면서 "연비도 별로고 현대차의 엔진에 문제가 많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선뜻 구입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디자인을 바꾸면 반짝 관심을 모을 수는 있어도 주행성능이나 전체적인 상품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신차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쏘나타는 현대차의 허리 역할을 하는 차인데 만약 이번에도 실패하면 회사 전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면서도 "새로운 쏘나타의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고 8단 변속기를 사용한 점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쏘나타의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실제 주행특성과 가격이 될 것"이라며 "엔진이 바뀌지 않아 주행성능이 어떨지 모르겠고, 과거처럼 페이스리프트 명목으로 가격을 올리면 시장에서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영업용 차량(택시)을 제외하면 국산 중형차 시장은 SM6가 3만1834대로 1위, 말리부는 3만364대로 2위, 쏘나타는 2만3751대로 3위에 그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