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묘인이건 애견인이건 '박람회'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감사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료나 소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람회이니까. 일 년 동안에 참 다양한 곳에서 많은 박람회들이 열리곤 하지만, 올봄 박람회의 시작을 연 고양이 페어, 궁디팡팡마켓을 지난 3일과 4일 방문해보았다.
궁디팡팡마켓이란?벌써 6회나 된 궁디팡팡마켓은 지난 2014년 10월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히 진행되어온 게 벌써 6회째. 장소도 신촌, 홍대. 강남역 등을 지나가는 동안 명실상부한 애묘인의 축제로써 자리 잡았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길고양이와 관련된 사업에 앞장서는 등 개념 행보도 이어져 나가고 있다. 궁디팡팡마켓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받고 있는 걸까?
우선, 궁디팡팡마켓의 방문이 쉽다는 점을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궁디팡팡 마켓이 시작되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통해 참여 업체들이 초대권 이벤트를 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티몬을 통해 티켓을 저렴한 가격에 예약판매 하고 있다(6회의 경우 현장판매 6000원, 티몬가 금요일 3000원/토요일 4000원). 궁디팡팡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려있으니 항상 참가자도 많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서 궁디팡팡마켓 참여 업체 중 어느 업체가 카드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방문하면 좋은지가 상세하게 적혀있어 처음 가는 사람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문하시는 분들뿐만이 아니라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무척이나 편하다. 이번 6회 궁디팡팡과 같은 경우에는 130여 개의 기업체와 함께 1000평 규모의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지하 2층 컨벤션 홀을 가득히 메웠는데, 참여하시는 기업체 분들끼리도 서로에 대해 알아보고 서로의 물건을 컬라보레이션 할 계획을 세우시는 등 모두 고양이에 대한 마음으로 뭉쳐 즐기는 페어라는 생각을 했다.
제6회 궁디팡팡마켓은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무척이나 뜨거운 열기 속에 성황리에 궁디팡팡 마켓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며 기분 좋은 당황을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어느 업체는 사람이 너무 많은지라 테이블 위에서 확성기를 사용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날이었던 4일(토요일)에는 행사 시작시각인 오전 10시가 되자마자 정신없이 집사님(애묘인들을 칭하는 용어로 대부분의 고양이들이 주인과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를 떠받드는 느낌이라며 붙은 귀여운 용어다)들을 맞이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오전에 몰리시는 분들이 지나치게 많아 오후에 오시는 분들에게 오전과 같은 물건을 보여줄 수 없는 부스도 많았다는 점이다. 사료 회사와 같이 대량으로 물건을 가져오시는 업체도 있었고, 카탈로그와 주문서로 이미 없는 물건이지만 주문을 받아 행사가 종료한 후 택배로 보내주는 업체도 있었지만, 수작업으로 만드시는 분들은 첫날이었던 3일에 모든 물량을 소진하고 밤을 새워 다음 날 재고를 만들어 오셨다는 분들도 계셨던지라 어느 정도 방문객을 조절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쉬웠던 점도 있지만 좋았던 점도 많았던 궁디팡팡마켓이었다. 주변 여기저기에 관리자들을 배치해 방문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토요일 오전 중 부스를 운영하다가 사소한 전선 문제가 발생했는데 바로 궁디팡팡마켓의 관리자분들이 달려와서 해결해주셨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은 집사님들이 모이는 자리이니만큼 만나서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고양이를 자랑하기도 하고, 고양이에 대한 꿀팁을 공유하는 자리도 자연스레 마련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번에 궁디팡팡마켓에서 표와 함께 나눠주었던 이 고양이의 얼굴인데, 자세히 보면 왼쪽 귀가 살짝 점선 처리되어있다. 바로 하나멤버스를 기부 파트너로 선정하여 진행되었던 '해피 컷팅 프로젝트'였는데 방문객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고양이의 왼쪽 귀의 갯수로 하나멤버스와 궁디팡팡마켓이 귀 끝 하나당 백 원으로 계산하여 길고양이들의 TNR(길고양이들을 포획하여 중성화수술을 시켜 길고양이의 수를 줄이고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캠페인)하는 이벤트였던 것!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실행하기가 힘든 것이 바로 이 TNR인지라 홍보 효과와 기부 효과를 한 번에 노리는 프로젝트였다.
수거하기로 한 왼쪽 귀 조금도 TNR을 위해 포획한 고양이의 TNR여부 확인을 위해 왼쪽 귀를 약 1cm 정도 자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듯한 흔적이 보이는 프로젝트였다. 해피 컷팅 프로젝트 이외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맘들을 위해 길고양이 사료를 싸게 판매하는 부스나 한국 고양이보호협회와 하나카드가 함께 하는 고보협카드(카드 발급 시 길고양이를 위해 3만 원이 기부되며 매달 결제금액의 0.1%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기부된다)를 발급받을 수 있는 부스가 준비되는 등 단순한 고양이 페어가 아닌 길고양이, 반려묘 모두가 하나 되는 행사임을 보여주었다.
궁디팡팡마켓, 어떤 사람에게 좋을까?
이렇게 좋은 애묘인의 축제 궁디팡팡마켓은 누구에게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받기 위해 동물이 나오는 웹툰을 연재한 적도 있고, 이번 제6회 궁디팡팡마켓에 1인업체로 참여한 웹툰 작가 두순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번 궁디팡팡마켓은 금요일, 토요일이어서 아쉬웠던 거 같아요. 주말 양일로 진행했으면 더 많은 집사님들이 오실 수 있으셨을 거 같거든요. 하지만 업체가 많기도 하고 많아진 업체만큼 궁디팡팡마켓이 애묘인들의 축제로써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 소리이기도 해서 집사로서 무척이나 뿌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도 '이 아이가 저희 아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요. 다 같은 애묘인이라서 다른 업체분들하고 말도 쉽게 할 수 있었고, 어떤 업체는 다음에 다른 행사에선 같이 나가보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간단한 참가 소감을 말해주신 두순님과 어떤 사람에게 궁디팡팡마켓을 추천해야 궁디팡팡 마켓 참여자가 더 많이 늘어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고양이에 대한 물건만큼이나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의 양도 많았던지라 누구에게 더 좋을지를 고민하다가 이내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될거같아요."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고 이런 물건도 있구나 하는 배움의 기회가 될 거고,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양이 기르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주고 많은 공부를 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긍정을 표했다. 단순하게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쉽게 쉽게 올 수 있고, 반려동물이 입장할 수 없는 고양이 페어인지라 만일 고양이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고양이 털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가볍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입장이 가능한 페어이니까.
마지막으로 꿀팁을 주자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주차가 힘들어질 확률이 높기도 하니까. 많은 양의 물품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캐리어를 가지고 오는 것도 추천한다. 실제로 용량이 큰 에코백은 기본이요 캐리어도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캐리어 가득 아이들을 위한 물건을 넣고 돌아가시는 그분들은, 아마 집에 가서 아이들의 궁둥이를 팡팡 쳐주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