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에 쏙 들어가는 새콤달콤한 딸기는 국민 과일이 된 지 오래다. 고소득 작물로 알려지면서 재배농가와 면적도 급속히 늘었다. 수도권과 대도시 근교농업으로 각광받는 데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비율이 높아 체험학습 농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경북 안동에서 유기농 딸기와 메론을 20년 가까이 생산해 온 뚝심 있는 천성명 김현숙 부부 농민은 요즘 들어 속이 무척 상했다. 얼마 전까지 백화점 납품을 하던 유기농 딸기를 한달째 공판장에 출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판장에서는 유기농 딸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관행 딸기와 크기와 색깔로 경쟁해야 한다. 색깔이야 경쟁이 된다 해도 크기에서는 관행 딸기에 비해 못하니 경락가가 관행에 비해 떨어진다. 딸기뿐 아니라 공판장에서는 대개 유기농 농산물이 맥을 못춘다.
"경제가 좋지 않으니 도시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과일 소비가 잘 안 됩니다. 게다가 백화점, 마트 심지어 노점상에서까지 수입 과일이 지천이잖아요. 친환경농산물, 그중에서도 유기농 과일 타격이 심하죠. 판매가 부진하니 백화점 납품이 끊겼어요."경제 사정이 어려운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열대 수입과일 홍수가 밀려든 것도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국산 친환경 딸기 농가들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친환경 농산물 수요가 있는데 유통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요. 우선 공판장에서는 친환경농산물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 농산물로 거래를 하죠. 대표적인 겨울 과일로 딸기가 사과를 능가하고 있는데요. 딸기는 사과와 달리 저장성이 없어요. 소득작물로 알려지면서 딸기 생산농가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저장성이 없다 보니 친환경 유통경로로 소비가 다 되지 않아요. 그러니 공판장으로 갈 수밖에 없지요. 이제 한 달 공판장에 나갔는데 천성명 딸기가 공판장에서도 인정받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오랜 농사 경험으로 유기농 딸기를 제대로 생산하고 있지만 천성명 농민 또한 다른 농민들처럼 판로에 애로를 겪고 있다. 안동시농민회와 가톨릭농민회, 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활동을 하고 있는 농민답게 딸기뿐만 아니라 국산 농산물이 처해있는 어려운 사정의 원인을 깊이 이해하고 아파하며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농민들이 개방농정 때문에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급하던 밀과 보리가 수입이 되고는 잡곡에 이어 이제는 쌀마저도 자급 기반이 무너졌습니다. 농민들이 대체작물로 몰리다 보니 돈 된다는 곳으로 우르르 몰립니다. 딸기도 소득이 좋다니까 생산농가들이 크게 늘어난 건데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판매가 저조해요. 값도 좋지 않구요. 늘 되풀이되는 현상이죠. 저 혼자 겪는 어려움이 아닙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요. 농업정책이 바로서서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농사 짓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기 위해 [현장 농민의 목소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