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보도되지만 뉴스만으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통용되는 용어들이 언급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뉴스를 보면서 뭔가 좀 모자란 듯 막연히 아쉽기도 하고, 뉴스가 전달하는 것 그 나머지(배경이나 그간의 역사 등)가 궁금해 핸드폰을 쥐고 검색하기도 합니다.
TV나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들을 통해 자주 이야기되는 경제 현상에 관한 경제법칙 용어들을 설명해주는 <너 이런 경제법칙 알아?>(21세기 북스)는 그래서 반갑게 읽은 책입니다. 책 덕분에 경제 분야의 뉴스들을 보면서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 것 같고요.
(보이콧은) 아일랜드 귀족의 재산 관리인이었던 찰스 보이콧(Charles Boycott)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영지 관리인 보이콧은 언(Lord Erne) 백작의 영지를 관리하면서 지역 노동자들을 난폭하게 대하고 쫓아내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1880년, 보이콧의 행동에 분개한 지역 상인들이 보이콧에게 물건을 판매하지 않았고, 지역 노동자들도 보이콧의 농장에서 일하기를 거부했다. 한마디로 보이콧은 지역사회에서 배척을 당한 것이다. 그 후 보이콧이라는 말은 정치·경제·사회·노동 분야에서 부당한 행위에 맞서 집단이 조직적으로 벌이는 각종 거부 운동을 뜻하게 됐다. 주로 항의 대상에 대해 경제적 손실을 가하거나, 도덕성을 비난하거나, 문제가 되는 행태를 고치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 소비자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 보이콧, 143쪽.우리나라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불매운동. 매우 불편하고 안타까운 뉴스인데요.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불매운동과 관련된 용어는 '보이콧'입니다. 위에 소개한 보이콧의 어원이나 목적과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는 중국의 불매운동도 과연 정당한 보이콧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보이콧처럼 어원을 쉽고 명확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들려준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경제학 키워드 100'이란 부제처럼 100개 용어를 다뤘는데요. 용어들 거의 지금의 상황과 뜻 설명으로 그치지 않고 이처럼 어떻게 나온 용어인지 그 어원을 거의 들려주고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어원과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들려주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책은 위의 인용에 이어서 1차와 2차로 구분해 보이콧 단계를 설명한 후 관련된 사건을 들려주는데, 책이 들려주는 보이콧 관련 사건은 1773년 12월에 일어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입니다.
7년 동안(1756~1763년)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등과 전쟁을 치른 영국은 재정적자를 해결할 목적으로 식민지에서 세금을 징수하고자 인지세법, 타운젠드법 등을 연이어 시행합니다. 이에 식민지 국민들이 반발, 영국의 수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데,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매사추세츠 의회의 의원 존 핸콕의 주도로 미국에서도 불매운동이 일어납니다.
영국의 동인도회사(영국의 독점무역회사)가 수입업자들을 통해 판매하던 중국산 차(茶)에 대한 불매운동이었는데요. 이로 동인도회사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영국은 '차 조례(Tea Act)'를 시행합니다. 동인도회사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차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권한을 주는 동시에 당시 대중음료였던 차에 세금을 징수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러자 미국인들이 어둠을 틈타 인디언으로 위장해 보스턴 항구에서 정박 중인 영국의 동인도회사 상선에 실려 있던 342개의 차 상자들을 바다에 버리고 맙니다. 자그마치 9만 2천 파운드. 환산하면 대략 42톤. '보스톤 항 앞 바다 색이 착하게 변했다'는 뉴스 멘트까지 나올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이후 미국 독립운동 발발에 일조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144~145쪽에서 읽은 역사적인 보이콧 사례. 그동안 보이콧이란 말을 더러 쓰곤 했지만 잘 몰랐던 어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기억에는 있는데 잘 몰랐던 보스턴 차 사건에 대해 이처럼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보복으로 영국의회는 손상된 차를 배상할 때까지 보스턴 시의 해상무역을 봉쇄하는 보스턴 항구 폐쇄법(Boston Port Bill)을 포함하여 식민지들 사이에 참을 수 없는 법(Intolerable Acts)으로 알려진 일련의 징계조치를 통과(출처: 다음백과)'시켰다고 하네요. 식민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크게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고요.
중국의 사드보복(불매운동) 소식에 마음이 복잡하던 터. 이왕이면 누구나 잘 쓰는 말이지만 (아마도) 그 어원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보이콧에 대해 이참에 명확하게 아는 것도 좋겠다 싶어 보이콧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했습니다.
이 밖에도 ▲윌 로저스라는 유머 작가가 미국 31대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꼬는 것으로 세간에 등장했다는 낙수효과 ▲작은 원인이 악순환 또는 선순환의 과정을 거쳐 큰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눈덩이 효과 ▲끓는 물에 집어 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조만간 직면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는 뜻으로 경제정책은 물론 환경정책과도 관련이 깊다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 ▲이케아 제품들이 많이 팔리는 것은 품질 때문이 아니다? ▲이자율을 복리로 적용할 때 예금 또는 투자한 원금이 소요되는 시간을 손쉽게 계산해 주는 어림기준에 쓰인다는 72법칙 등 전하고 싶은 용어들이 많았습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곤 합니다. 이 책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내려야 할 역 한 정거장 앞두고 책을 덮고 가방에 넣으려는데 뒤에 섰던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열심히 읽는지 궁금했다"고 하더군요.
지하철이기도 하고, 내려야 해서 보여주며 빙긋 웃고 말았지만 대답을 하자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쉽고 가볍게 읽으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경제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어서, 나아가 수많은 지식과 상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라서"입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처럼 한 분야의 용어들을 정리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요. 전공하지 않아 잘 모르는 것들을 쉽게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하간 책 덕분에 앞으로 한동안 경제 관련 뉴스들이 훨씬 흥미로울 것이라 기대하면서, 저자의 말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전합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경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부쩍 늘어났다. 덩달아 신문, TV 등 매스미디어도 하루하루 엄청난 양의 경제기사들을 쏟아낸다. 서점과 인터넷에 넘쳐나는 수많은 경제용어집들이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지적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풍요속의 빈곤이랄까? 기존의 경제 용어 해설서들에서 왠지 허전을 느낀다. 이 책은 네이버 검색 상위에 속하는 경제법칙들에 대한 해설서로서, 주제별로 그 역사적 탄생 배경, 담고 있는 경제원리 및 현실사례를 가능한 한 평어체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것만으로는 경제법칙에 대한 독자들의 직관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간단한 수식을 사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매 주제마다 여러 개의 삽화와 사진을 추가하여 독자들의 책 읽는 지루함을 달래고자 했다." - 저자의 말에서.※ 덧붙이는 글: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에 대해선 기사 내용과 다른 해석과 주장도 있으나 책 내용을 바탕으로 썼음을 알립니다.
덧붙이는 글 | <너 이런 경제법칙 알아?>(이한영) | 21세기북스 | 2016-12-09ㅣ정가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