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조항 때문에 갖가지 피해를 입고 있다. 경남이주민센터, 경남이주민연대회의, 다문화가정연대는 8일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주민센터는 최근 상담 사례를 공개했다. 네팔 출신 여성 S씨는 지난 1월 통영 소재 조선업체에서 업체변경을 요청했다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S씨는 고용주가 귀찮게 전화를 받게 한다고 화를 내면서 전화기를 던져 2주 진단의 타박상을 입었고, 경찰에 신고하자 고용주가 회사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모아 놓고 공개적으로 언어폭력을 가했으며, 다음 날 고용주가 음주 상태에서 재차 언어폭력과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네팔 출신 남성 B씨는 지난 1월 광양 소재 조선부품업체에서 일하다 산재로 손가락을 다쳤지만, 이후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와 함께 업체 변경을 요청하자, 고용주와 현장소장이 각각 100만원과 1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산재 치료비로 돈이 많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
B씨는 베트남 노동자와 함께 각각 100만원씩 가져오자 업체 변경 동의서에 서명해 주었고, 나머지 900만원을 더 가져 오라고 했다는 주장을 했다.
급여 공제 주장도 나왔다. 김포 소재 알루미늄제품 생산 공장에서 일했던 이주노동자 I씨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업체변경을 요청했으나 계속 동의해 주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업체변경에 동의해 주는 대신에 회사가 고용허가를 받기 위해 지출했던 구인비용을 공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에서 100만원을 공제하고 7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경기도 양주 소재 업체에서 일했던 L씨는 1명당 300~400만원씩 업체변경 동의금을 받고 변경해주었고, 이런 형태로 6명 가량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와 현장소장 등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했고, 이주민센터는 이날 기자회견 때 일부 녹취록과 녹음파일 공개를 하기도 했다.
"마치 '현대판 노비문서'와 같다"이주민센터는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조항 철폐를 요구했다. 고용허가제의 '구직기간 제한'과 '이직횟수 제한', '사업장 이동 제한'이 반인권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대표는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기업주 편의 제공 위주이다"며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적 독소조항으로 인해 갖가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마치 '현대판 노비문서'와 같이 이주노동자를 사고 팔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주민센터는 회견문을 통해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적 독소조항을 방치해온 것에 기인한다"며 "이제라도 현행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외국인력도입제도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현행 고용허가제의 반인권적 독소조항을 즉각 철폐할 것"과 "급격한 인구와 산업 변화에 대비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지향적 외국인력도입제도를 수립할 것",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인식 개선과 성숙한 다문화 사회 확립을 위해 인종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