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 이희훈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의 창과 삼성의 방패가 다시 한 번 법정에서 부딪쳤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상진 사장, 황성수 전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차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앞으로 재판 진행을 위해 쟁점과 증거목록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의 출석의무가 없어 이재용 부회장 등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과 삼성 쪽은 첫 날부터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시작은 삼성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 로펌인 태평양 소속 문강배 변호사 등 10명과 이용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훈 변호사로 꾸려진 공동변호인단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말하기에 앞서 특검의 공소유지를 문제 삼았다. 김종훈 변호사는 "특검법상 규정이 없다"며 "파견검사는 공소유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먼저 열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이 주장한 내용이기도 했다.

시작부터 흔드는 변호인 VS 물러서지 않는 특검

변호인단은 또 공소장이 적법하냐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유무죄를 두고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은 공소장에 기재하면 안 된다'는 공소장 일본주의원칙에 어긋나는 내용들이 가득하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특검이 공소장에 ▲ 재판과 관련 없는 에버랜드 전환사채사건 내용을 기재하고 ▲ 확인할 수 없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내용을 큰 따옴표를 써 직접 인용했으며 ▲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증거나 진술을 상세히 담고 ▲ 미래전략실을 이건희 회장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범죄집단처럼 묘사했다고 했다.

김종훈 변호사는 "지금 같은 공소사실 기재로는 피고인들의 방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특검이 ▲ 피고인들의 범행 공모내용을 특정하지 않았고 ▲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독일로 자금을 보낸 일이 어떻게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인지 불분명하게 표현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특검이 이런 부분을 삭제하고 특정 안 된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공소사실은 무효"라고도 했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 자체도 전부 부인했다.

특검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박주성 검사는 특검법 6조와 7조를 들어 파견검사의 공소유지는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부가 공소유지권한이 있는 특검에 자신들을 파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실적인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검사는 "특검에는 특별수사관 10명이 잔류했는데 피고인은 30여 명에 달한다"며 "이들만으로 공소유지는 불가능하다, 근거 규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하고 적법하다"고 말했다. 특검은 다만 변호인단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은 이날 법정에서 처음 나온 내용이라 나중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절차 진행에서도 양쪽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변호인이 공소사실 관련 의견을 밝히기 위해 준비해온 PT자료를 상영하자 특검은 이의를 제기했다. 법정에서 공소사실 요지를 짧게 설명한 자신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변호인단은 특검 증거자료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기록 문서송부촉탁신청까지 했다. 이들은 방대한 양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헌재 기록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재판장의 말에 "(헌재에) 복사기를 가져가서라도 복사하겠다"고 답했다.

시민들도 줄지어 방청... 소리지르다 쫓겨나기도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입구에 방청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7.3.9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의 뇌물을 주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열린 9일 오후 서울 중앙지방법원 입구에 방청객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7.3.9 ⓒ 연합뉴스

법정 공방만큼이나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준비기일이 열린 417호 대법정은 150석 규모 좌석 대부분이 채워졌다. 낮 12시부터 재판 방청을 위해 기자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1시 30분경 방청권 배포와 입장이 이뤄질 때까지 대기줄은 4층 법정 앞부터 2층 입구까지 이어졌다.

재판 도중 한 시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변호인단에게 물어볼 수 있나, 쫓겨나더라도 물어봐야겠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영훈 부장판사는 그의 퇴정을 명령하며 "이 사건에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집중된 만큼 법정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음을 알지만 재판 진행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향후에도 비슷한 경우 퇴정을 명하겠다, 원칙적으로 방청석의 발언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재판부는 우선 특검이 제출한 증거가 약 2만쪽에 가까운 만큼 변호인단의 열람·복사가 이뤄진 뒤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장판사는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이전 판결 선고일 2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특검법 10조를 언급하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거듭 당부했다.


#이재용#박근혜#최순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