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3개월간 쉬지 않고 헌법재판소에서 달려왔던 기나긴 탄핵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했다. 재판관 전원이 피고인 박근혜의 파면을 결정한 국민의 완승이었다. 국민 모두가 승리자로 역사 속 한 페이지에 당당하게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갑갑했던 4년이다. 언론의 자유는 탄압됐고, 대국민 사찰은 당당하게 이루어졌으며 표현의 자유는 일부에게만 허용된 특권과도 같았다. 옛 유신 시대로 회기하듯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퇴보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국민은 지난 20대 총선을 통해 정부와 집권여당에 분노의 경고를 보냈으나, 이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죄의 결과는 컸다. 탄핵 인용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결과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가히 최악의 평가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박근혜는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내려놓는다. 전직 대통령 혹은 박근혜씨로 불리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경호·경비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박탈당한다. 불체포특권 역시 사라져 언제든지 구속기소할 수 있다. 검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민주주의의 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1500만 촛불 민심은 박근혜 탄핵을 포함하여 적폐청산을 비롯한 상식적인 사회를 외쳐 왔다. 적폐청산은 탄핵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 곳곳에 병패처럼 물들어 있던 관습들을 국민 모두가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역사의 현장, 국민 정치 참여 중요성 부각돼
이번 탄핵은 '나 하나 정치에 참여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을 것이다. 그동안 변하지 않는 정치에 실증이 난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꺼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만큼은 달랐다. 매주 토요일 100만 이상의 국민들이 광장에 모이자 정치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권력의 움직임이 달라지자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정치인에게 명령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4.19 혁명과 6월 항쟁과 견줄 수 있는 국민의 힘을 보여 준 엄청난 사건이다.
당장 지금은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당장 탄핵이 선고된 10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만큼 모든 행정적 요소들이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다.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여러 갈등 역시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당장 선고일 당일에도 탄핵을 반대하는 여러 사람이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난 만큼, 사회 혼란을 최대한 막기 위한 치안의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헌, 경제민주화 등 진보된 미래를 위해 이루어야 할 일들이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개헌은 분명히 권력이 아닌 나라를 위해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정경유착과 같은 구시대적 정치현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경제민주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고위공무원들이 '공정한 직무 수행의 참된 이해'에 대해서 깨달았으리라 생각된다. 국민은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했고, 선출된 공직자는 그 위임된 권한으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공무원들은 깨어있는 국민들의 이름으로 심판될 날이 머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외치며 분노와 울분의 장이었던 광화문 광장은, 이제 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당장 11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탄핵 축하 기념 파티'가 촛불시민들을 주연으로 개최된다. 국민들의 인식이 깨어날 때, 우리는 좀 더 나아진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주 의미있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