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안골포 초등학교 스쿨존에 다녀왔습니다. 이 학교는 횡단보도에 신호등 설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많은 곳입니다. 안골포 초등학교는 진해에 있으며 53학급, 1437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도시의 큰 학교입니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학교이며 바로 앞 횡단보도입니다. 사진에 보시다시피 신호등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좁은 길입니다. 위 사진은 오후에 보행자들이 없을 때 찍은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학생들의 등굣길 사진입니다.
물론 양쪽에서 등교지도하시는 어르신 분들이 계십니다. 인도에 계시지 않고 차도에 나와 계십니다. 신호등이 없기에 몸으로 차들을 막고 계십니다. 길을 건너는 학생들은 인근의 2200세대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입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등교하는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이 길이 아주 혼잡합니다. 아파트에서 좌회전해서 나오는 차량부터 수많은 차량들이 다닙니다. 더군다나 횡단보도 바로 옆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버스들도 횡단보도 바로 옆에 정차합니다. 그리고 길가에 있는 불법주정차량들로 인해 아이들의 시야를 가립니다. 사진에 보시는 바와 같이 교통지도를 하시는 어르신께서 길 한 가운데까지 나와 계십니다. 인도에는 이미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교통지도가 불가능합니다. 버스들도 위험하게 횡단보도 바로 앞에까지 서 있습니다. 교통지도하시는 분들이 안 계시고 아이들만 다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게다가 이 길은 약간의 내리막길입니다. 내려오는 차들의 과속도 빈번합니다. 최소한 횡단보도라도 험프식으로 설치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경남에는 스쿨존이 총 1193곳이 있습니다. 작년 한 해만도 경남의 스쿨존에서 총 18건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스쿨존 어린이 교통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이들이 다치고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다행히 경남경찰청에서는 '횡단보도 앞 픽토그램 설치(786곳), 'STOP'표지판 설치(380개), 희미해진 횡단보도 재도색(150곳), 교통싸이카 순찰팀 안전활동 강화' 및 231개 학교 등하굣길(오전 8시~8시 40분, 오후 1시~2시)에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합니다.
경상남도 박종훈교육감도 스쿨존에서의 아이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2명의 파견교사를 선발했다고 합니다. 경남교육청과 경남경찰청, 지자체에서도 서로 협력해 아이들 안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아이들을 사고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차량들이 보행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운전자들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됩니다. 신호에만 맞게 운전하는 것이 운전자의 최선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안전운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와 교육기관에서 교통교육을 받습니다. 2015년 개정교육과정으로 인해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안전교육 연간 51시간, 그 중 교통교육을 11시간씩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고의 대부분 원인은 아이들에 있지 않고 운전자들에게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스쿨존은 학교 주출입구로부터 반경 300m(500m확대 가능)인 곳입니다. 스쿨존에서는 주정차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불법주정차로 인해 아이들의 시야도 가려질 뿐 아니라 운전자들도 차 사이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보지 못합니다. 나의 조금의 편함을 위해 스쿨존에 차를 주차하지 마시고, 최소한 등하교 시간만큼이라도 스쿨존에서는 주정차를 하지 않는 선진의식이 필요합니다. 덧붙여 스쿨존 법적제한 속도는 30km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을 때는 그 이하의 속도로 서행해야 합니다.
그 어떤 것도 아이들의 안전보다 우선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른들이, 운전자들이 보행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기본바탕이 될 때 우리 아이들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시설물이 모든 불안으로부터 아이들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꼭 필요합니다.
안골포초등학교의 신호등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모든 스쿨존에 대부분의 교통관련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개선을 통해서 입니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그 어떤 길에서도 아이들이 차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날을 상상합니다. 사람이 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 사람을 피해야 합니다. 차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