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수업을 강행하기로 하자 경산지역 시민단체들과 학부모들이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며 함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문명고 학부모들과 학생, 경산지역 시민단체 등 70여 명은 15일 오후 가슴에 '국정교과서 철회'라고 쓴 검은 리본을 달고 문명고 정문에서 경산시장까지 2km를 걸으며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국정농단 역사농단, 국정교과서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산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저지대책위원회'는 거리행진에 앞서 가진 집회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문명교육재단(이사장 홍택정)과 경상북도교육청을 규탄했다.
최영희 문명고대책위 대표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탄핵받은 교과서"라며 "절차도, 내용도 지키지 않은 책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명고는 연구학교 지정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철회될 때까지 계속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수 전교조 경산분회장은 "제가 문명중학교를 졸업해 가슴이 더 아프다"며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때 민주주의를 머리로만 배울 게 아니라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역사의 현장에서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이런 걸 문명고 이사장이나 교장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계서서 너무 가슴이 벅차다.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문명고에도 민주주의의 꽃이 뻘리 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부모와 함께 거리행진에 따라나선 문명중학교 김아무개(15) 학생은 "문명고가 국정교과서를 철회하지 않으면 우리도 배우게 될 것"이라며 "왜곡된 교과서를 배우지 않도록 교장선생님이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명고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할 경우 교재를 수거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일괄적으로 반송하겠다며 학생들에게 종이봉투를 나눠주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우리가 매일 저녁 촛불을 들고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데도 학교는 꿈쩍도 않한다"며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잘못된 교과서를 가르치지 말아야 하는 의무를 학교가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문명고는 지난 13일 기간제교사 1명을 채용했지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세부계획서를 경북교육청에 제출하지 못해 이날까지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명고는 당초 5명의 후보를 뽑아 최종 1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2명만이 지원했고 그중 1명이 돌연 면접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