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실업자 수는 135만 명으로 IMF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판결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선거 전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입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일자리 창출'은 각 대선주자들의 주요선거공약으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만, 이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구체적인 수치를 사용하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각각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한다. 누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든 이러한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고 국민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약을 내걸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우리 국민은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을 수 없을까?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의 권리'를 비롯한 고용증진·적정임금보장·최저임금제 시행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은 국민이 가지는 근로 권리의 총괄규정이라 할 수 있다.
근대 산업사회가 형성된 이래 근로자의 실질적 생존은 국가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근로자들의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일정한 정책을 펴나감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서, 사회적(생존권)적 기본권이라는 새로운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러한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의 권리가 1919년 독일 바이마르 헌법에서 최초로 보장된 이래 여러 자본주의 국가의 헌법에서도 이에 대한 규정을 두게 되면서 우리의 경우도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근로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의 권리의 구체적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문제 되는데,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에 상응한 객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의 생활, 즉 최소한의 물질적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급부의 범위에서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의 권리가 구체적 권리성을 가진다고 인정하고 있다. 즉,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헌법규정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직접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국민은 국가에 대하여 생존에 관한 조치 등을 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고 국가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2조의 근로의 권리, 사회국가원리 등에 근거하여 실업방지 및 부당한 해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를 도출할 수는 있을 것이나,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직장존속보장청구권을 근로자에게 인정할 헌법상의 근거는 없다."고 판시하여 국민이 직접 국가에 대하여 구체적인 일자리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하여, 헌법상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근로의 권리를 다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근로의 권리는 고용기회의 확대를 위하여 필요한 입법이나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국민은 국가에 직접적인 일자리를 청구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사회적 기본권 실현에 필요한 입법을 게을리하거나 불충분한 입법을 한 경우에는 헌법상 권리의 침해가 인정되어 헌법재판소는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이라는 경제적 빈곤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는 곧 개인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직결된다.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일자리 창출'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가 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책임은 단순히 선거공약을 지켜고 안 지키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의 권리'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이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