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을 가지고 야당들이 너무 우려먹는 건 아닌가. 그렇게까지 우려먹을 소재인가. 수사했고, 재판했고, 보상했고, 대통령 파면했다. 더 할 게 또 뭐가 있나."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목소리를 높이며 열변을 토했다. 구야권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진행된 세월호 인양을 두고도 "묘한 시점에 떠올랐다"라며 정치적 의문을 제기했다.
26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홍 지사는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사고를 예로 들며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그런 가슴 아픈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다"라고 역설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을 두고는 "그거 때문에 파면당했다, 감옥가기 직전"이라고 잘라 말했다. 탄핵으로 이미 책임을 졌다는 뜻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이후 보수의 대항마로 떠오른 홍 지사는 한국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꼽힌다. 그는 "이제 남은 건 극소수의 '골박(골수 친박)'뿐"이라며 "경선이 끝나면 우파를 다 안고 가는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홍 지사는 "아마 각 당 후보가 정해지고 나서 열흘간은 굉장히 바쁜 협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도·우파끼리 단일화는 가능하다, 국민의당은 이념적 지향점을 중도 정도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 고단수인 박지원 대표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나와 이야기가 되는 분"이라며 '비문연대'의 핵심 대상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김 전 대표의 독자 출마를 두고는 "직접 나오시기야 할까"라며 '킹메이커' 역할을 기대했다.
다음은 홍 지사와의 일문일답.
"박근혜 미백주사? 노무현도 보톡스 맞았다"
- "세월호를 묘한 시점에 인양했다"고 했다. 정부가 정책을 집행한 결과에 따라 인양된 건데 문제가 되나."모를 일이다. 지금 '무정부' 아닌가. 정부가 없어져버렸다. 묘한 시점에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세월호 사건을 한 번 보자. 김영삼 정부 초기에 일어난 서해페리호 사건과 똑같다. 당시 부안에서 위도를 가다가 292명이 몰살됐다(1993년 10월10일 당시 전북 부안군 위도에서 서해페리호가 침몰했다 - 기자 주). 세월호랑 똑같다. 해난사고다. 그걸 DJ가 정치에 이용했나? 안 했다. DJ는 그런 가슴 아픈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은 똑같은 해난사고다. 나도 분노했던 게, 해경 123경비정이 배가 기울어지는데도 30분 동안 빙빙 돌기만 했다. 자기 목숨을 담보로 일해야 하는 직업인데 배가 기울어져서 위험하다고 안으로 안 들어갔다. 나쁜 놈들이다. 선장이란 놈은 학생들에게 '이동하지 말고 있으라'고 방송하고 자기는 배 밖으로 나갔다. 꽃다운 나이에 학생들이 얼마나 희생당했나. 그래서 국민이 격분한 거다. 경남도청도 내가 지시해서 한 달간 분향소 설치했다.
그때 잘못된 선적과 인허가 과정 등을 전부 조사해서 처벌했으면 힘을 모아서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정치권 인사들이 얼마나 우려먹었나. 맨날 가족들 충동질하고. 그리 해놓고 박근혜가 세월호 7시간 동안 뭐했냐고 했다. 올림머리를 했냐, 정윤회하고 밀회했냐, 미백주사를 맞았냐 하는 식으로 여자 대통령에게 모욕감을 줬다. 노 전 대통령도 쌍꺼풀 수술하고 보톡스 주사 맞지 않았나?"
- 참사 당일에 그랬다면 문제 아닌가."결국 탄핵의 출발은 세월호 아닌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말하는 거 보니까,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잘 안 나온 모양이다. 일주일 만에 볼 때도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 얼굴을 못 보니까, 소위 '문고리 3인방'이 대신 심부름하면서 세진 거다.
박 전 대통령이 왜 안 나왔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18년간 삼성동 집에서 유폐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정치에 나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몸에 익어서 유폐 생활을 한 듯싶다. 청와대 본관에 안 나오고 관저에서 전화로 현안에 대해 지시했다는 거 아닌가. 그 업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으로 억울하게 죽은 학생들을 가지고 야당들이 너무 우려먹는 거 아닌가. 그렇게까지 우려먹을 소재인가. 수사했고, 재판했고, 보상했고, 대통령 파면했다. 더 할 게 또 뭐가 있나."
-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그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은) 파면 당했다. 감옥 가기 직전이다. 그 사람들 호기심 채워주려고 또 세월호 특검을 한다는 건가? 야당들이 희생된 학생들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극대화시키고 3년간 국회만 열리면 우려먹는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 국민들이 불쌍하다. 저런 걸 정치에 이용해도 아무도 나서서 그만하라고 안 한다."
-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박 전 대통령의 책임도 있지 않나."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쫓겨났다는 거다."
- 과거에 국회의원 박근혜와 같이 정치하면서 느낀 리더십의 문제점은 없었나."이미지 정치의 폐해였다. 지금 국회에 얼굴 상판대기 하나 가지고 정치하는 사람이 한둘인가. 아무 내용 없고, 생각 없고. 그런 식으로 이미지 정치하는 걸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친노'와 '친박'의 차이는 이념 유무"
- 당내 경쟁 상대인 김진태 후보의 지지율이 5%다.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볼 수 있는데.
"'친노(친노무현)'는 좌파 이념으로 똘똘 뭉친 이념 집단이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은 이념 집단 아니고 국정 지지 세력이었을 뿐이다. 친박은 지금 망했다. 국정 지지 세력이 없어진 것이다. 새로운 구심점이 생기면 그리로 또 모여서 국정 지지 세력이 된다.
경선하면서 보니까 이젠 남은 건 극소수의 '골박'뿐이다. 나쁜 의미가 아니고 '골수 친박'이라는 뜻이다. 그분들도 우파의 한 집단이다. 만약 경선이 끝나면 다 안고 가는 대통합 구조로 가야 한다."
-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향한 비판이 보수 내부에도 있다."그 사람들은 다 탄핵 당했다. 대통령만 탄핵됐을 뿐 아니라 소위 친박 핵심 세력이 같이 탄핵 당했다."
- '박근혜 향수'가 남은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친박이 보수의 한축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없을까."담벼락이 무너지면 무너진 담벼락을 복원하는 것보다 새 담벼락을 찾는 게 맞다. 이미 무너진 담벼락을 보고 한숨 쉰 들 그 담벼락이 복원되나?"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에 '친노' 세력이 정치적으로 의미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재기했다."당시 '폐족'이라고 한 친노가 왜 일어날 수 있었느냐. 철저한 이념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박은 좀 다른 케이스다. 우파 이념으로 똘똘 뭉친 집단으로 보이진 않는다. 박근혜 치맛자락을 잡아야지 의원을 할 수 있었으니까. 일종의 이익 집단이다. 이익 집단은 이익을 공유하는 공간이 없어지면 부활할 수 없다."
- 국민의당과 단일화도 검토한다고 했다. "4월 16일까지가 후보 등록기간이다. 아마 각 당 후보가 정해지고 나서 열흘간은 굉장히 바쁜 협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후보 등록 후에도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까."가능성 있다."
- 그런 가능성은 대선 끝날 때까지는 모르는 건가."그렇다. 옛날에는 좌파들이 주로 선거연대를 했다. 늘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탄핵 정국 때문에 우파들이 중도까지 포함해서 연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그런 상황이 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야권을 향해 "단일화 쇼로 국민이 감동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박원순-박영선 후보의) 단일화가 부당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선거는 결과다. 자기들이 이겼다. 내 말이 바뀐 게 아니고, 옛날에는 단일화가 좌파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번에는 탄핵으로 인해서 운동장이 다소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옛날 좌파들처럼 단일화해야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본다."
"단일화, 좌파만 아니면 가능"
- 단일화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라는 뜻인가."어떻게 보면 단일화는 잘못됐다. 그렇지만 좌파와의 단일화가 아니고 중도·우파끼리 단일화는 가능하다. 국민의당은 이념적 지향점을 중도 정도로 봐야 한다."
- 대북정책은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차이가 없다."대북정책만으로 좌우를 구별하는 건 곤란하다. 자유를 중심적 가치로 두면 우파 정당, 평등을 중심에 두면 좌파 정당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이나 세계 어느 나라에 없는 대북관계라는 게 우리나라 안에 있다. 특수한 상황이다. 좌파도 우리나라에는 그냥 좌파가 있고 '종북 좌파'가 있다. 그건 별개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민주당은 종북 좌파인가, 아닌가."지금은 대답 안 하겠다."
-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단일화의 장으로 끌고 올 묘책이 있나."그분(안 의원)을 잘 모른다. 박지원 대표는 잘 안다. 박 대표하고는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이다. 현역 정치인 중 정치 9단은 박 대표뿐일 거다. 고단수인 사람하고는 얘기가 좀 된다."
- 중도·보수 대통합 과정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김 전 대표가) 대한민국 앞날을 많이 걱정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 당 후보가 정해지고 나면 거기서 거중조정할 유일한 분이 김종인 전 대표다. 나하고도 이야기가 되는 분이다."
- 김 전 대표는 '더 이상 킹메이커는 안 한다'고 했다."직접 나오시기야 할까."
-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유 후보는 예전에 남경필·원희룡과 함께 최고위원 집단 사퇴로 홍준표 당 대표 체제를 압박한 바 있다. 둘의 사이는 어떤가."사이 여부를 떠나서, 그때는 내가 피해자 아니었나. 피해자가 잊어버렸으면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유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홍 지사의 출마를 비판했다."옛날 성질 같았으면 가만 나뒀겠나. 지금은 내가 대답 안 하잖나. 옛날하고 다르다. 대한민국을 경영하는 큰 판이다. 작은 선거 때의 작은 판과 다르다."
-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종심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게 아닌데도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대법원은 법률심이다. 법률적 쟁점만 판단한다. 내 사건을 보면 검찰이 제출한 성완종 관련 모든 증거를 증거능력으로 인정했다. 단지, 심리해보니까 돈이 나한테 안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법에서 심리할 게 없다."
-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홍 지사의 유죄를 확신할 제보가 있다"고 했다."그건 아무런 의미 없는 소리다. 대법원도 공작하겠다는 건데, 이건 공작 대상도 아니다. 1997년, 2002년 '병풍공작'처럼 할 수 없는 사건이다. (2심) 판결문을 보고 '이건 0.1%도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확인 다하고 (대선에)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