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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화제다. 어떤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많은 부모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어느 학원에 다니는 아이가 빠르게 배운다는 소문이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일단 아이들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모습이 경쟁과 능력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학교 폭력, 인성 교육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공부만 하느라 자신의 시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우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기본적인 인성 교육은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녀와 공감을 통해서 사람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기보다 오로지 '지식'으로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머릿속으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자신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그와 같다.

 영국 엄마의 힘, 황소북스
영국 엄마의 힘, 황소북스 ⓒ 노지현

대안 학교 열풍을 통해서 한국도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안 학교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더욱이 여전히 한국 사회는 부모가 자녀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고, 자녀를 통해서 부모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할 때가 적지 않다.

<영국 엄마의 힘>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는 엄마가 조금만 열심히 하면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믿는다. 아이는 70퍼센트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엄마가 어떻게 교육을 시키는지에 따라 나머지 30퍼센트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의 성공 열쇠를 엄마가 쥐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엄마들은 대부분 자녀교육에 유독 높은 책임감과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교육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육아 관련 책들의 인기 또한 높다.

그렇다면 영국 엄마는 어떨까?

영국 엄마는 자녀의 미래를 엄마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마다 타고난 특성이나 기질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이의 능력이 70퍼센트라면 그 70퍼센트 자체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타고난 기질과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켜보는 등 자기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교육한다. 한국 엄마들이 보기에는 무심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확실한 건 아이들과 엄마 모두 행복해한다는 점이다.' (본문 7)

한국 엄마가 보기에 아이의 타고난 특성이나 기질이 70퍼센트라면 그 70퍼센트로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영국 엄마가 조금 무책임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영국 엄마의 이 모습은 아이의 개성을 존중하고, 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태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한국은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부모가 영어 학원, 음악 학원, 미술 학원, 태권도 학원 등을 보낸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아니라 부모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더 많은 학원을 보내며 '내 아이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영재다'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아이의 의견이 뒤로 밀리는 것으로 모자라 애초 엄마의 고려사항에도 들어오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다. 어릴 때는 아이가 힘이 없어 엄마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만, 청소년 시기만 되면 엄마와 맞먹으면서 항상 갈등을 일으킨다. 흔히 말하는 중2병 또한 이런 부모의 일방적인 강요가 원인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영국 엄마의 힘>이라는 책은 영국 신랑과 결혼한 저자가 영국과 한국에서 접한 자녀 교육 방식을 통해 '과연 아이를 위한 교육은 무엇일까?'는 고민으로 자녀 교육 방식에 접근한다. 책을 읽는 동안 한국과 닮았으면서도 아이를 한 명의 독립된 자아로 인정하는 영국의 방침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NO'를 말하는 영국인 남편

'남편이 "NO"를 말한 건 첫아이가 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이가 계단을 오르내리려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만질 때는 어김없이 남편의 입에서 "NO"가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한두 번뿐이던 "NO"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횟수가 많아지고, 더 단호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NO"라고 말하면 아이는 아빠 눈치를 보며 투정을 부리다가 그 행동을 멈추었다.
첫돌이 지날 무렵, 한국에 갔을 때 친정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불만을 나타냈다.

"저 나이 때는 아기들이 저지레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놀게 내버려둬야 해. 근데 애 아빠가 아이를 너무 많이 제지하는 것 같아. 말끝마다 "NO"만 외치니 아이가 기죽어서 제대로 놀 수 있겠어."

이에 대한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18개월부터는 아기한테도 자아가 생겨나.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떼를 쓰기 시작하지. 그 전에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알려줘야 해. 그러지 않으면 자기 행동이 옳은지 나쁜지 알지 못한다고. 'NO'라는 말을 인지시켜야 당신도 편안하고 올바른 훈육을 할 수 있어."' (본문 41)

아마 이 글을 통해서 영국 교육 스타일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이의 기를 죽일 수 있다며 한국 교육 스타일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 교육 스타일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이가 자신의 자아가 형성되는 순간부터 교육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육은 곧 공부를 뜻한다. 우리는 교육을 좀 더 넓은 의미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는 '그 나이 때는 그래야지' 하면서 떼를 쓰도록 내버려 둔다면, 아이는 자신의 고집을 쉽게 절제하지 못할 것이다. 3~5세 정도의 한국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통제가 안 되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한국은 식당이나 카페에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엄마가 "조용히 해!" 하고 말하지만, 사실상 아이를 내버려 둬 다른 손님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유분방한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안 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하는 일은 두고두고 자녀 교육에 문제가 된다.

NO 키즈존이 없는 영국

'중산층 영국인은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식사 매너도 엄격하다. 그래서 영국 중산층 부모는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테이블 매너 교육을 시킨다. 식사할 때는 입안의 음식물이 보이지 않게 하고, 소리를 내며 씹지 않도록 가르친다. 포크와 나이프 사용 방법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아울러 아이가 식사 중간에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도록 가르친다. 이런 철저한 매너 교육 덕분인지 영국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아이들 때문에 특별히 시끄럽거나 방해를 받는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점은 한국과 무척 다르다. 올해 초 한국에 갔을 때 딸아이와 함께 외식할 경우는 놀이방 있는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샤브샤브 체인점에 갔더니 레스토랑인지 키즈 카페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이들은 놀이방뿐만 아니라 테이블 사이사이 좁은 곳에서 마구 뛰어다녔다. 서빙하는 사람이 뜨거운 음식을 들고 다니다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게 뻔했다.

그런데도 대부분 무모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한결같이 말로만 "조용히 해" 하며 내버려두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어느 정도 참고 이해하려 했지만, 그런 상황이 너무 심해 그곳에서 식사하는 게 어느 순간 불쾌해졌다. 왜 한국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이 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본문 97)

옛말에 자녀 교육은 밥상머리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윗글이 시사하는 바는 올바른 자녀 교육은 확실히 아이들이 매너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매너는 곧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된다. 이것은 아이가 수학을 공부하고, 영어를 공부하고, 과학을 공부하기 이전에 배워야 할 덕목이다.

한국은 이러한 부분을 '나중에 철이 들면 알아서 배운다'고 생각하며 오로지 공부만 하도록 아이들을 내몬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부모는 그 대가로 욕심을 들어주는 일이 반복되며 '공부 잘하는 학교 폭력 가해자'가 탄생한다. 소위 말하는 '영악한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녀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한국 부모가 '나쁜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더 쉽게 얻고, 더 좋은 대학에 쉽게 가는 방법'에 집착한다. 부모의 욕심에 아이들은 전형적으로 끌려다니게 되고, 한 명의 사람으로 존중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는 곧잘 부딪히고,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영국 엄마의 힘>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정말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아이와 나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가정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기상조라거나 한국에서는 어렵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좋은 가정은 좋은 자녀 교육의 시작

'영국 서섹스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부 싸움이 잦고 가정 불화가 많은 가정일수록 자녀들의 삶의 질이 낮고 자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중심인 부부가 행복하지 못하니 결국 자녀들에게 분풀이하듯 화를 내거나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은 결국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를테면 공격적인 성격이 되거나 우울증, 근심 많은 아이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녀교육은 바로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는 자녀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정의 행복이 무엇인지 몸으로 체득한다.'(본문 222)

가정이 평화로우면 아이는 절로 행복하고, 부모 또한 행복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위해서 필요한 건 아이에 대한 집착과 욕심이 아니라 아이를 또 다른 한 명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치관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면, 더 웃을 수 있게 되니까.

그렇다고 한국의 열정적인 교육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 엄마의 힘도 적잖게 강하지만, 분명히 부분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확실히 앞으로 우리가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 엄마의 힘> 책이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엄마의 힘 -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가르치는

최향기 지음, 황소북스(2016)


#영국 엄마의 힘#한국 엄마#교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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