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
내부고발자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 ⓒ 영화내부자들

첼시 엘리자베스 매닝(Chelsea Elizabeth Manning, 1987~ )은 위키리크스(WikiLeaks)에 미국 군사 기밀 사항이 포함된 최대 규모의 내부 자료를 제공한 내부 고발자다. 군 복무 당시 이름은 브래들리 에드워드 매닝(Bradley Edward Manning)이다.

내부자료에는 2007년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영상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미군 군사작전 일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미군이 적군 지역에서 민간인의 기본권인 생명과 자유를 지키지 않고 학살과 파괴를 한 것에 분노하여 그런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2010년 5월 26일, 이라크 바그다드 현지 군부대에서 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미군 교도소에 미결수로서 수감되었다. 징역 35년형을 선고받은 다음날, 매닝은 성명을 통해 자신은 성전환한 첼시 매닝(Chelsea E. Manning)이라는 여자이며, 가능한 한 빨리 호르몬 치료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법적투쟁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개명과 호르몬 치료를 허가받았다. 그녀는 2014년 여성임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도소에서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며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방부 승낙을 받았으며, 브래들리 매닝에서 첼시 엘리자베스 매닝으로 이름을 바꿔달라는 개명 신청도 허가받았다.

2013년 2월 28일, 메릴랜드 주 포트미드 군사법원에서 브래들리 매닝은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변명한 적이 없으며, 유죄인정합의(plea agreement)의 보호 없이도 죄를 인정했다"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런 그녀에 대해 임기 만료 직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감형을 단행했다. 위키리크스는 트위터 공식 계정에 매닝의 감형을 '승리'라고 표현하며 환영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어산지(J. P. Assange)도 트위터를 통해 "첼시 매닝의 사면을 위해 힘쓴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허핑턴포스트 US는 이번 결정이 그간 내부 폭로자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로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정부에겐 변혁의 순간이라 평했다. 미국 시민 자유 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대변인은 "대통령이 옳은 결정을 내려 매닝을 감형한 데 대해 고마움와 안도의 감정을 느낀다"며 "이 결정은 말 그대로 첼시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 표현했다.

국제 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역시 오바마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으며, 매닝이 정보를 폭로했음에도 미군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의혹 등이 밝혀지지 않았고 "그녀가 감옥에서 수년 동안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녀가 밝힌 정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라고 지적하였다.

앰네스티가 언급하고 매닝이 폭로한 정보에는 미군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의혹 등이 포함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매닝을 포함해 재소자 209명의 형을 감형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비밀공작 관련 정보 유출 수사 과정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합참의장 등 64명을 사면했다.

35년형을 받은 매닝은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감형으로 오는 5월 17일 출소예정이다. 이런 오바마의 행동에 대해 미 대통령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결코 석방돼서는 안 되는 배은망덕한 배신자인 첼시 매닝이 오바마 대통령을 나약한 지도자로 부르고 있다. 끔찍하다"고 전했다.

내부자 고발은 뜨거운 주제이다. 조직 내부의 비리와 부패 심지어 살인과 부당한 폭력 등을 고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확실하고 강한 믿음과 그 중요성에 대한 종교적 신앙이나 개인의 강한 가치관 등에 의하지 않고는 내부 고발을 하기란 어렵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조직을 위해 헌신한 지난 시간과 노력을 배신하는 행위를 쉽게 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직에 구조적 비리와 위법, 비인간적 행위가 쌓여 있다면 용기를 내어 그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위키리크스의 어산지와 미국의 스노든(E. J. Snowden) 등이 대표적인 사람이고 첼시 매닝이 비슷한 경우다.

지금 우리도 대통령의 탄핵과 뒤이은 정치적 변화엔 내부고발자 고영태, 노승일 등이 있다. 근래 영화 '내부자들' 등은 이런 상황을 극대화한 경우라 할 것이다. 엠네스티는 이런 인간의 양심적 결단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성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억압과 비리보다 인간의 근본적 가치인 자유와 정의, 양심의 자유와 공평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강대국이나 상대적으로 강한 힘과 권력 및 부와 재산을 갖는 쪽에게는 부담스럽고 처단해야 할 행위일 수 있다.

일본 학자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 からたにこうじん,1941~)은 자신의 책 <윤리21>에서 독일 철학자 칸트(I. Kant)의 저술 <계몽이란 무엇인가>의 주장을 이용하여 '공적'이라는 것과 '사적'이라는 것의 개념을 뒤집는다.

"통상적으로 공적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것이다. 그런데도 칸트는 그것을 사적인 것이라고 하며, 역으로 거기에서 벗어나 개인으로서 생각하는 것을 공적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국가니 사회니 종교니 하는 집단의 이익을 챙기는 태도가 오히려 사적인 것이고, '자유로워지라'는 정언명령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개인이야말로 진정 공적인 존재라는 칸트와 가라타니의 주장이 주는 울림이 작지 않다고 할 것이다.

조직과 집단의 이익보다 인간의 본질적 자유와 정의, 생명과 평화와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며 그것은 자유정신의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첼시 매닝#내부고발#생명#평화#정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민의 정보 교환의 장이자 모든 시민이 기자인 오마이 뉴스의 기자가 되고 싶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지뢰밭 꽃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