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교육도, 노동도 아니다"'무권리의 특성화고 현장실습 방치한 교육당국 규탄'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이 2017년 4월 3일 오전 11시 전라남도 교육청 앞에서 진행됐다.
지난 1월 24일 전라북도 전주시의 한 저수지에서 특성화고 재학생인 19살 여고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여고생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밝혔으며, 자살 원인은 현장실습에 따른 스트레스로 추정됐다.
해당 고등학생은 LG U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었다. 근무한 부서는 '세이브(SAVE)'팀, 다른 말로 '해지방어'팀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해지방어팀은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부서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에도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유서에는 '과도한 감정 노동의 괴로움'과 '사측의 과도한 실적압박'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3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일반 성인도 힘들어서 기피하는 부서에 여고생을 현장실습으로 배치하는 행위는 비인간적 행태"라고 규탄했다.
되풀이 되는 안전불감증 "학생들의 미래, 꿈과 생명을 짓밟다"2016년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패 점검 결과 표준협약서를 맺지 않거나 노동시간을 어긴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는 교육부가 파견형 현장실습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았음을 실토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들은 "2005년 현장실습생들의 무권리 상태가 처음 폭로되자 2006년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2008년 학교 자율화 조치로 최소한의 개선 조치도 무력화 됐다"고 밝혔다. 2011년 기아차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을 내놓고 야간 노동을 제한했다. 그런데도 2014년 폭설로 공장 지붕이 내려 앉아 야간 교대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개선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게 드러났다.
그 밖에도, 지난 2014년 1월 CJ 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이 있다. 사건 4일전 회식때 동료로부터 얼차려를 당하고, 머리를 밟히고 뺨을 맞았으며, 이를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가해자의 협박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군포의 특성화고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학생도 인터넷쇼핑몰을 전공했고, 전산·회계와 컴퓨터 등의 자격증을 보유했다. 그런데도 당시 전공과 무관한 경기도 성남의 외식업체 조리부로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 근무 중 수프를 쏟아 발에 화상을 입었지만 산재보상은 받지도 못했다. 또한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고 친구들이 증언했다. 직장 내 욕설과 괴롭힘에 입대를 결심하고 그만두겠다고 말한 2016년 5월 상사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오후에 매장을 나간 뒤 다음날 새벽 해당 외식업체가 운영하는 식료품 공장 바로 앞 골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2017년 1월 여수산단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여수 3학년 고등학생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학생은 앞서 2016년 12월 대림산업 협력업체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학생은 가족과 주변 지인에게 과중한 업무지시와 관리자의 폭언 등을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이 학생은 대형컨테이너창고를 같이 쓰는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의 업무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소속도 무시당한 채, 제대로 업무도 익히지 못한 채, 과도하게 일을 시켰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6년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강화돼 표준협약서 체결과 노동시간 제한에 대한 벌칙 조항까지 생겼지만, 결국 여고생의 자살은 막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이처럼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은 더 이상의 땜질식 개선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학생도 노동자도 아니다' 정체성을 잃은 현장실습학생들에게 교육의 의미로 실행된 '현장실습'이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존중받지 못하고 언제 다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1인 시위, 언론 기고, 정보 공개 청구 등의 직접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근복적인 해결을 바라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 선언운동'도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에 교육부과 시도교육청, 각 학교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시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을 당장 멈추고, 실습생의 권리가 보장되는 대안적인 직업 교육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 내용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선언문과 요구 사항을 옮긴 것이다.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폐지 원해! 7대 선언과 3대 요구'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 에서 말하는 7대 선언 ▲ 우리는 취업률을 핑계로 전공과 무관하게 진행하는 현장실습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과 실습환경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전문교과를 익힐 권리가 있다. ▲ 우리는 정부와 교육청, 학교에 현장실습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들을 권리가 있다. ▲ 우리는 여러 종류의 현장실습 중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현장실습 중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동료를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 ▲ 우리는 현장실습을 중도에 중단했을때 두려움 없이 학교에 돌아갈 권리가 있다. ▲ 우리는 현장실습노동 중 적절한 노동시간과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3대 요구는 ▲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라. ▲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을 당장 멈추고 대안적인 직업교육계획을 마련하라. ▲ 산업체는 실습생, 훈련생, 인턴, 교육생 등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