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계기로 반환점을 돈 '박근혜 게이트'가 2라운드에 돌입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본부는 4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감 뒤 첫 조사를 실시한다. 검찰은 그를 청사로 부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심리적 준비 상황이나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구치소에서 조사해달라는 변호인 쪽 요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또 변론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변호인 의견도 받아들여 첫 조사 일정을 4월 3일에서 하루 미뤘다.
4일 조사에는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가 참여한다. 그는 국정농단의혹이 불거진 뒤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를 살펴왔으며 박 전 대통령의 지난달 21일 검찰 조사와 3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수사의 또 다른 축, 삼성 뇌물사건을 조사해온 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번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3일 검찰 관계자는 "부장검사를 보조할 검사와 여성 검사 한 명이 동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속으로 승기 잡은 검찰 – 반전 노리는 박근혜구속 뒤 첫 조사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무슨 말을 내놓을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사건 초기부터 줄곧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그는 지난달 30일 영장심사에서도 똑같은 전략을 폈다. 하지만 심리를 맡은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증거 인멸을 염려하는 한편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며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다.
한 부장검사 등은 이 점을 이용해 4일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진술변화나 일부 혐의 시인을 이끌어내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 협조를 받아 수감시설 중 한 곳을 정리해 컴퓨터 등을 설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쪽에서도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3일 서울구치소에는 그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가 나타났다. 서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남성과 함께 일반접견인 출입구를 이용해 안으로 들어갔다 11시 55분경 나왔다.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두고 '변호인단의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서 변호사의 방문은 새로운 변호인 선임을 위한 절차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사임계를 내거나 새로 정해진 변호인은 없다. 검찰 수사 초기단계부터 참여해온 유영하 변호사는 3일에도 박 전 대통령을 찾았다.
4일은 '박근혜 게이트' 공범, 최순실씨에게도 중요한 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417호 법정에서 최씨의 뇌물 사건 1차 공판을 연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금과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비 등 298억 원을 받았다는 사건이다.
뇌물사건의 또 다른 공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4월 7일 1차 공판이 열린다. 박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주요 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1차 공판도 4월 6일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박근혜 게이트' 1라운드였다면, 등장인물들의 죗값이 정해지는 2라운드가 본격 시작하는 셈이다.
'박근혜 게이트' 남은 과제 우병우... 검찰 포토라인 또 선다
검찰은 박근혜 게이트의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한 몸 풀기에도 들어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다. 3일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우 전 민정수석을 소환할 것"이라며 "내일 중 (그쪽에) 통보할 것 같은데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비호하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진상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자신의 가족기업 '정강' 비리 의혹과 아들 병역 문제 등을 파헤치려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직무와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의 해경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있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이 내용들을 토대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했고, 수사기간이 끝나자 관련 기록을 검찰로 넘겼다.
이후 검찰은 3일까지 관련자 46명을 조사하는 등 우 전 수석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혐의 내용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왜 언론이 우 전 수석 관련해 검찰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우병우 봐주기' 의혹을 일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