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측근에게 '승마협회 지원 미흡'을 이유로 호되게 질책당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게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하는 진술이다.
이 같은 진술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등에 대한 공판 중 증거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특별검사측이 제시한 진술조서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청와대 안가 2차 독대와 관련해 진술했다.
이 진술조서에서 박 전 사장은 당시 독대를 마치고 온 이 부회장이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빔 같다고 한 게 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독대 직후인 7월 25일 오후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이 와서 갔더니 이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이 부회장이 오전에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는데, 대통령이 승마협회 운영을 크게 질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30분 독대 중, 승마얘기만 15분...이후 정유라 지원 일사천리
당시 회의에서 이 부회장으로부터 독대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을 30분 만났는데 15분 간 승마얘기만 하더라'는 이 부회장의 말을 전했다.
박 전 사장은 "(박 대통령은) '내가 부탁했음에도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서 아무것도 안 했다', '승마는 말이 중요하므로 좋은 말도 사야하고, 올림픽에 대비해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데 (삼성이 지원을) 전혀 안 했다' '한화(그룹)만도 못하다' '권오택(대한승마협회 총무이사)과 이영국(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교체하라'며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이날 독대 직후, 두 임원은 교체됐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 않자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임원진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봤다.
이 독대 후 삼성의 '정유라 지원'은 급물살을 탔다.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이 부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아침에 만나서 반가웠다.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정 씨가 탈 말부터 훈련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진술이 드러난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2007년 '삼성특검' 여파로 이 부회장(당시 전무)이 삼성전자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박 전 사장과는 교류를 이어왔다.
이번 삼성의 정유라씨 독일 승마훈련비 지원 실무를 총괄한 것도 박 전 사장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팀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때 박 전 사장 역시 이 부회장의 공범으로 해 영장 청구를 했지만 박 전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