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둘째 날, 일행은 오아후에서 비행기로 30분 정도 떨어진 마우이 섬을 방문했다. 현재 하와이 주도는 호놀룰루지만 최초의 주도는 마우이의 '라하이나'였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항구 해수면이 낮아 대형선박 접안이 어려워 호놀룰루로 주도를 옮겼다고 한다.
제주도보다 살짝 큰 마우이는 원래 2개의 섬이었으나 할레아칼라 산의 분화로 섬이 이어져 사람 얼굴형상의 섬이 탄생했다. 지도를 놓고 보면 머리 부분과 몸통을 살짝 기울여 놓은 것처럼 생겼다. 목부분에 있는 도로는 유명 해변휴양지로 가는 통행로이다.
마우이는 최고의 일출장소로 손꼽히는 할레아칼라, 전 세계 골프팬들의 워너비 장소인 카아나팔리, 호화리조트가 모여 있는 와일레아, 지상낙원으로 꼽히는 하나 등이 있어 현지인들조차 동경하는 섬이다.
워너비(wannabe)란, "유명인을 동경하는 사람, 유명인을 동경하여 행동, 복장 등을 그들처럼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무언가가 되고 싶다" 뜻의 영어 'want to be'를 연음으로 발음한 말이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세계최고의 골프선수들이 참가하여 매년 열리는 PGA대회의 첫 번째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과연 달리는 차창 밖으로 그림 같은 골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포경업으로 유명했던 라하이항구, 현재는 혹등고래 관찰 투어로 전환
마우이 중심 라하이나항은 미국 고래잡이배들이 모여들면서 포경업 기지가 되었다. 라하이나는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의 배경이 된 곳이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겨울(12월~4월)만 되면 고래를 볼 수 있는 투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1845년 수도를 오아후의 호놀룰루로 옮긴 뒤에도 포경업이 번성했지만 1860년대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자연보호를 엄격히 시행하는 미국인들이 엄격하게 규제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이빙할 때도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 다이빙할 때는 바닷가에 깃발을 세우고 입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허가를 받고 고기를 잡을 때도 1.5파운드(약 680g)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규정에 어긋나게 고기를 잡으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가이드가 난처했던 경험담을 이야기해줬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멸치를 보고 학생들이 '왜 저렇게 작은 고기를 잡냐?'며 울고 안 가는 걸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흘렸어요."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마우이 섬의 1/4이 사탕수수 밭이었다고 한다. 사탕수수 재배와 수확이 너무 힘들어 한국인 노동 이민자를 끌어들였던 153년 전통의 하와이 사탕수수재배는 작년 말(2016.12.31)로 문을 닫았다. 사탕수수재배는 인건비가 싼 저개발국가나 아프리카로 바통을 넘겼다.
14만 명이 거주하는 마우이에는 한국인이 500명 정도 살기 때문에 코리아타운이 없다. 대부분 레스토랑이나 세탁업에 종사하고 관광가이드는 파트타임으로 한다. 65세라는 가이드가 하와이가 좋은 이유 3가지와 한국에서 지낼 만한 곳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와이에서 좋은 점 3가지를 들자면 하와이 바다는 냄새가 없고, 일 년 열두 달 23도를 유지하며 파란 하늘이 자랑입니다. 은퇴 후 등산, 낚시, 수영을 즐기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하와이는 밤 문화가 없기 때문에 친구들하고 술한잔 하고 싶어 한국에 거주할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곳에 살기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 갔다 할 예정입니다."유태인 3명의 후손이 하와이 땅 40%를 소유해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아찔한 다이빙으로 유명한 블랙락(Black Rock)이 있는 카아나팔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넓은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이 관광객을 기다리는 곳으로 과거 하와이 왕족의 휴양지였다. 이곳에는 하와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124년) 호텔이 있고 800평에 달하는 반얀트리가 그늘을 드리워 관광객과 노점상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원래 하와이에 기독교를 전하기 위해 온 3명의 유태인 선교사( 볼드윈, 알렉산더, 와인버거)들이 살았던 곳으로 그들 후손들이 하와이 땅의 40%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니 놀랍다.
'태양의 집'이라는 뜻의 할레아칼라 분화구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은 과거 하와이안들이 성지로 받들었던 산으로 마우이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할레아칼라는 해수면 아래 숨겨진 부분과 해발 3055m 정상 높이를 더하면 9000m에 달하는 세계 최대 휴화산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나사(NASA)의 달 착륙 훈련시 사용됐던 분화구는 지름이 45㎢에 달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25개의 작은 분화구가 있다.
산 정상 부근에서는 해발 20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고산식물인 은검초(Silversword)를 볼 수 있다. 은검초라 불리는 실버스워드는 은색털이 난 잎 모양이 칼을 닮았다는 데서 불린 이름이다.
3천미터가 넘는 산이니 자동차도 힘겨워할 길을 자전거로 올라가는 부자가 있었다. 깜박 잊고 이름을 못 물어봤지만 부자와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는 세계최고의 자전거 경주대회인 트루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d)에 출전하는 선수로 초등학생 아들(11살)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한다.
"아니! 걸어서 올라가기도 힘들 것 같은데 힘들지 않아요?""힘들지 않아요. 1주에 두 번씩 자전거로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3시간에서 6시간쯤 걸립니다. 더 큰 도전을 위해 이렇게 훈련하고 있습니다"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는 아들이 아버지의 허리춤을 잡고 있었지만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올라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나는 엄홍길 대장과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올라가 보았다.
고도 3000m는 고산병이 시작되는 곳이며 올라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때론 유약해 보이는 미국이지만 강한 미국의 힘은 바로 이런 곳에서 나오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