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둘러싼 '특혜 채용'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대가 2011년 안 후보를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영입하면서 김 교수를 '무리하게' 정교수로 임용했다는, 이른바 '1+1 채용' 의혹이다.
자유한국당은 10일 논평을 통해 "안 후보나 국민의당은 '1+1 부인 교수 채용특혜'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전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고, 다만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였으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보단장인 윤관석 의원도 같은 날 "안 후보는 자신과 부인의 서울대 1+1 교수채용 및 특혜대우 요구 의혹에 아직도 답하고 있지 않다, 직접 답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안 후보 측은 이 의혹이 2012년 대선을 즈음해 제기됐던 것인 만큼 "이미 해명이 끝난 사안"이라는 태도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 후보 진영에서 공세가 계속될 정도로 이 의혹을 둘러싸고 석연찮은 대목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미경 교수, 절차에 맞게 정교수 채용됐지만...김미경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병리학 교수·전문의로 15년 간 일하던 그는 2002년 미국 유학을 떠나 워싱턴주립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2005년에는 스탠퍼드대학교 법과대학의 '생명과학법센터'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에서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2006년 스탠퍼드대 의대에서 조교수를 제의받은 적도 있다. 의학·법학을 함께 전공한 재원인 셈이다.
그러나 김 교수에게 제기된 의혹은 왜 남편인 안 후보와 같은 시기에 같은 학교로 채용됐느냐에 쏠렸다. 김 교수 개인의 경력과 무관하게 채용 시기나 모집 분야 등을 볼 때 특혜가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서울대 특혜 채용 의혹은 2012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당시 서울대 측은 '해당 단과대학(의대) 인사위원회의 추천 → 대학본부의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 → 서울대 인사위원회'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교수 채용 절차를 거쳐 김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즉 안 후보 측의 주장처럼 절차에 따라서 진행된 정상적인 채용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절차'들이 내부의 반발 혹은 우려로 난항을 겪었던 점이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먼저 서울대는 2011년 6월 2일 김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하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열었지만 "내부적인 비판과 대외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무산됐다.
특히 해당 회의에서 "최근 3년 간의 연구실적이 미흡하여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관련 논문 세 편을 의과대학으로부터 제출받아 모 위원이 검토한 후 차기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기로 함", "학교의 정책적 고려에 의해 교수를 정년보장으로 신규임용 하는 경우 별도의 정년보장 심사절차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는 그로부터 10여일 뒤인 6월 13일 다시 열린 심사위원회를 통해 김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했다. 찬성 8명, 반대 6명으로 가까스로 문턱을 넘은 셈이다. 하지만 이 심사위원회 때도 "(김 교수의) 모집분야 관련 논문을 검토한 결과 광범위한 주제에 대하여 이론정리는 잘 되어 있으나 생명공학정책이 새로운 분야이므로 독창적 우수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음", "특채대상자에 대한 정년보장심사를 별도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음" 등의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아내 김미경 교수도 함께 옮기기를 원했다"
이러한 정황들을 볼 때, 서울대가 '내부적인 비판과 대외적인 논란'을 무릅쓰고 김 교수를 채용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또 결과적으로 서울대가 안 후보를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초빙하기 위한 '카드'로 김미경 교수를 동반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은 2012년 국정감사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독자적인 운영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저희 대학본부에서도 융합대학원의 깃발을 유지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조금 특수한 상황"이라며 "안철수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융합교육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혔기 때문에 융합대학원 교수들이 전적으로 채용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그해 2월 말 임기를 마치는 초대 원장인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정원(233명)도 절반 정도만 채운 '위기' 상황이었다. 즉 서울대로서는 안 후보의 영입이 절실했던 셈이다.
그 상황에서 안 후보가 먼저 서울대의 영입 제안에 부인 김 교수의 채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는지, 아니면 반대로 서울대 측에서 이를 먼저 제안했는지는 여전히 문제가 남는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안 후보가 서울대 측에 이를 '조건'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2011년 4월 6일 <중앙일보>는 당시 안 후보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제안 수락 소식을 전하며 "안 교수는 카이스트 교수인 아내 김미경 교수도 함께 옮기기를 원했다, 서울대는 김 교수의 전공이 의학인 점을 감안, 의대 측에 통보했고 의대는 김 교수를 채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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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4월 20일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도 "안 교수가 부인도 함께 옮기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대학 측도 의학대학에 채용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2012년 국정감사 때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의과대학 학장이었던 임정기 서울대 기획부총장은 당시 "김미경 교수를 의대에서 채용할 의사가 있느냐, 특채로 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어 왔다"고 말했다. 즉 해당 단과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논의해 김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하겠다고 추천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의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그 전에 그것(융합학제, 의학+법학)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미 2012년 같은 논란이 제기됐을 때 "서울대 측에 김 교수의 채용을 제안한 적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서울대 측도 최근 <오마이뉴스>의 관련취재에 "김 교수의 채용 문제는 안 후보의 영입 과정에서 제의하거나 제안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단과대학에서 의료사고 등 의학·법학을 함께 전공한 교수 채용 필요성이 있었고 그것이 안 후보 채용과 우연히 맞물렸던 것뿐이라는 얘기가 골자였다.
당시 대학본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 보직교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당시 의과대학에서 의료분쟁·의학윤리 등 사안과 관련해서 의학박사이면서 법을 전공한 사람을 오래전부터 구하고 있었는데 그게 (안 후보 영입과)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발전기금 부이사장으로서 안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접촉에 나섰던 이명철 과학기술한림원장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렇지 않다, 뒷말이 그렇게 나온 것이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안철수 후보와 그의 부인 김미경 교수의 '1+1' 특혜 채용 의혹은 2011년 서울대 채용 때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안 후보와 김 교수가 2008년 각각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부교수로 채용됐을 때도 불거졌다. 이 역시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안 후보는 2001년 300억 원의 발전기금을 낸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의 추천에 따라서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그러나 당시 카이스트의 석좌교수 임용조건 등에 맞지 않는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태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외 논문 60편 이상을 발표한 교원을 대상으로 심의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석좌교수 임용조건에 안 후보가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애리사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정 전 회장의 추천서를 제출한) 다음 날 카이스트는 5년이 지난 후 정교수가 될 수 있는 규정을 없애는 방향으로 석좌교수 임용지침을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카이스트가 석좌교수로서 자격미달인 안 후보를 무리하게 채용했다는 주장이었다. 부인인 김 교수의 경우에도 비슷했다. 특히 전문성과 경력 의혹이 불거졌는데 이 중 김 교수가 자신의 경력을 부풀려서 카이스트에 지원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전문의와 조교수, 부교수 등으로 8년 가까운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당시 카이스트의 부교수 채용 최소기준인 '박사학위 취득 후 인정 경력년수 만 4년 이상' 규정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의 '전문성' 논란 대목은 깨끗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당시 카이스트는 김 교수를 '생명과학정책' 분야의 부교수로 채용했는데, 당시 이와 관련된 김 교수의 논문이 단 한 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카이스트가 '정책적 고려'로 안 후보와 김 교수를 채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남표 전 카이스트 총장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안철수 교수가 카이스트에 와서 제일 큰 공헌을 하셨다는 것은 우리가 정부에서 MOT(기술경영) 프로그램에 프로포절(응모)을 해 경쟁을 해 카이스트가 그것을 받아왔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제로 카이스트는 2008년 9월 지식경제부 기술경영(MOT) 전문대학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또 같은 해 12월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설립을 승인받은 뒤, 2009년 2월 김미경 교수 소속을 기술경영전문대학원으로 변경시키고 지식재산 부전공 프로그램 책임교수로 임명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