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발굴해 소개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홍보하는 거나, 정보를 주는 거냐'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고 노출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맛집을 찾아내서 '이곳은 가성비가 좋다, 맛이 괜찮다, 한번쯤 가볼만한 집이다'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음식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뒀다가 그 집을 나오는 순간 지워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자기의 생각과 감정에 치우치기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전남과 여수의 맛집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해 한번쯤 더 냉정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사계절 내내 해산물이 넘쳐나는 여수
여수의 음식은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삼면이 바다이다 보니 사계절 내내 어딜 가나 해산물이 넘쳐난다. 시장에 가도 해산물이 널려 있고, 식당에 찾아가도 해물요리가 가장 많이 선을 보인다. 그 다양한 요리 중 오늘 소개할 음식은 싱싱한 자연산 활어회다.
자연산 활어회를 4인 기준 12만 원의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맛도 좋고 가성비 또한 만족도가 높다. 이쯤 되면 자랑해도 될 만한 곳이다. 늘 자연산 활어회를 고집하는 이곳은 여수 학동의 여수바다횟집이다.
"제가 직접 요리를 하다 보니 양식 가격에 자연산을 제공합니다. 대부분 단골손님들입니다. 정해진 음식이 아니라 그날그날 음식이 달라져요."
상차림이 실속 있다. 멍게젓갈, 초밥, 복껍데기 무침, 학꽁치, 갑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선보인다. 살아서 꿈틀대는 산낙지는 미나리와 무채에 함께 버무려냈다. 먹기에도 편하고 식감도 좋다.
"오늘의 주 메뉴는 자연산 감성돔입니다." 셰프 박명시(42)씨가 직접 손질한 자연산 감성돔을 내온다. 회를 제대로 맛보려면 회 한 점에 와사비를 올려 먹는 게 좋다. 그래야 회의 풍미가 제대로 올라온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간장에 와사비를 섞어먹거나 초장소스를 즐겨먹는다.
"22년 음식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식 중식 일식을 다 경험했어요. 그런데 여수는 해산물이 풍부해 횟집으로 결정했어요. 아버님이 화양면 이목에서 자연산 고기를 잡아요."모든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
모든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최상의 맛이다. 자연산 감성돔과 함께 선보인 제철요리는 알 품은 주꾸미다. 꼬들꼬들한 주꾸미 알은 그 식감이 유별나 미식가들에게 인기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더니 역시 주꾸미 맛은 요즘이 최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주꾸미를 죽금어(竹今魚)라 기록하고 있다. 흡사 낙지를 닮았으나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한다. 바다 밑에서 겨울을 지내는 이 녀석들은 따스한 봄철이 되면 연안으로 올라와 산란을 한다. 봄철 대표 해산물인 주꾸미는 산란기인 4월에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가장 좋다.
담백한 맛의 양태찜과 표고버섯전복볶음에 고소한 고구마튀김이 이어진다.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조리법에 따라 음식 맛은 달라지는데 회나 초무침 볶음요리 튀김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갖가지 양념장 소스 맛도 빼어나다.
정갈하게 담아낸 모든 음식들은 그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다. 밥 위에 파김치를 올려먹어도 좋다. 아삭한 맛이 유난히 도드라진 양파김치도 맛깔나다. 한 끼니 기분 좋은 식사다. 양념에 버무려낸 갑오징어 무침은 새콤달콤한 게 봄 향기가 가득하다.
자연산 감성돔으로 끓여낸 지리탕은 모든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미역과 미나리를 넣어 맛도 부드럽고 바다향기가 진하게 올라온다. 속풀이에 이만한 게 없다. 좋은 쌀을 사용해 밥맛 역시 최고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앉아 한잔 술을 나누며 식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