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망각의 시간이 해결해주거나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자만하며 뭉개고 있는 것인가? 관계자들의 반성과 진솔한 사과 없이 이번 '이름 납치극'에서 시인이 받은 모욕감과 지역에서 받은 명예추행은 씻을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명토 박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삶예술연구소 대표인 김유철 시인이 한 말이다. 김 시인은 21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입장문'을 통해, 최근 '안철수 대선후보 국민의당 경남선거대책위(이하 안철수 경남선대위)'가 자신의 이름을 '공동선대본부장'에 올려 발표한 것에 '씻을 수 없는 명예 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안철수 경남선대위는 지난 18일 출범식을 열면서 선대위 명단을 발표했다. 안철수 경남선대위는 '공동선대본부장'에 시인의 이름을 현직이 아닌 '전 경남민예총 부회장'이란 직책과 함께 올렸다. 선대위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인의 이름과 함께 '경남민예총'이란 단체 이름을 함께 사용한 셈이다.
김유철 시인은 이같은 사실을 다음 날 알았다. 김유철 시인은 "물어보지도 않고 이름을 올렸다"며 '이름 납치' 등의 표현을 사용해 안철수 경남선대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유철 시인은 이 사건을 "거의 60년을 살아오면서 어떤 특정 정치인에게도 곁눈 주지 않았던 한 시인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김유철 시인의 강한 항의에 국민의당 강학도 경남도당 위원장은 일단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안철수 경남선대위가 김유철 시인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안철수 후보 경남선대위 공동선대본부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처음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안철수 경남선대위 '당사자 확인 안 거친 실수'안철수 경남선대위는 19일 오후 '정정 자료'를 낸 데 이어, 20일 사과문을 냈다.
안철수 경남선대위는 19일 "확인 결과 김유철 전 경남민예총 부회장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인선되어 보도되었다"며 "이번 보도로 인해 심히 우려를 끼쳐 드린 점 김유철 전 부회장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음 날 사과문에서 안철수 경남선대위는 "중앙선대위에서 추천, 결정되어 내려오는 과정에서 긴박한 대선 상황으로 경남도당 선대본 차원에서 사전에 당사자의 확인을 거치지 못하여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경남민예총 성명 "이름 납치 행위"안철수 경남선대위가 사과했지만 파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해, 거창, 고성, 마산, 밀양, 진주, 창원, 거제, 통영민예총으로 뭉친 경남민예총은 20일 저녁 '김유철 시인의 이름 납치 행위'에 대한 성명을 냈다.
안철수 경남선대위가 김 시인을 공동선대본부장으로 발표했을 때 사용했던 직책이 '전 경남민예총 부회장'으로 경남민예총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나선 것이다.
경남민예총은 성명에서 "김유철 시인의 '이름 납치행위' 대해, 이 행위가 단지 한 예술가의 인권유린과 명예훼손을 넘어서 경남민예총을 위시한 민족예술인, 나아가 모든 예술인에 대한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폭거로 규정한다"고 했다.
이들은 "김유철 시인 본인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경남선대위의 공동선대본부장 임명'은 그 자체 비열한 정치조작이자 범법행위로 '해프닝'이라 변명하며 사과의 수준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특히 김유철 시인은 경남민족예술인상을 수상하였고 경남에서는 물론 전국에서도 이름이 나 있는 전문예술인이다"고 했다.
이어 "예술은 '신이 허락한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한다. 예술인은 명예와 자존심으로 산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로 이 땅의 모든 예술인은 생명보다 소중한 명예와 자존심을 잃었다"며 "국민의당은 벌써 잊었는가? 우리 경남민예총은 국민의당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인용'이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이라는 것을, 국정농단의 가장 핵심내용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잊고 있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국민의당의 행위는 국정농단자들이 벌인 문화예술인 탄압 행위에 다름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국민의당은 적폐세력의 한 축임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지 않은가"라 했다.
또 이들은 "국민의당은 예술가의 불명예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는 국민의당이 김유철 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납득할 만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소상히 밝히기를 요구한다"며 "이번 행위의 진실을 세상에 밝히고 경남민예총과 민족예술인, 나아가 김유철 시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유철 시인, '이름을 납치하는 사람들' 입장 밝혀김유철 시인은 21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이름을 납치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김 시인의 입장 전문이다.
이름을 '납치'하는 사람들대선을 빌미로 한 정치의 시간이다. 한 부류들에게는 무슨 짓이든, 무슨 말이든 해놓고 보는 마타도어의 시간이며 그걸 빌미로 광기의 축제(?)를 강요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명토 박아 말하려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새롭게 만들 대한민국, 가고자 하는 세상으로 가지 못한다. 촛불은 그런 광기가 아니다."시인의 이름을 납치한 사람과 정당이 있다. 지난 18일 국민의당 경남도당은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면서 필자를 공동선대본부장에 넣어 발표했다. 거의 60년을 살아오면서 어떤 특정 정치인에게도 곁눈 주지 않았던 한 시인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것도 국민의당이라니. 오, 맙소사!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영문도 모르는 '혼인신고'이며, 시로서 삶의 길을 다져온 예술가에 대한 '이름납치'이며, 재활용조차 할 수 없는 쓰레기통으로 처박는 일이며, 사람에 대한 인격추행과 다름 아니다. 국민의당은 경남민족예술인상 수상자인 시인을 징용의 대상이거나 위안부로서 여기고 있는가? 또한 그것을 항의하고 사과하라는 요구 앞에 국민의당 경남도당 책임자는 이런 범죄행위를 '해프닝'으로 일축하며 기자와 인터뷰하였다. 정치를 하는 사람과 예술을 하는 사람의 벽이 이토록 높은 것인가? 아니면 서로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가?'이름'이 필요한 사람과 부류가 있다. 특히 정치인들의 세 불리기에는 견장을 많이 달고 있는, 명함이 긴 '이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시인일 뿐이다. 시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시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이번 일은 분명히 '납치‧추행‧징용'의 '범죄행위'이다. 또한 시인이 현직으로서 하는 일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경남민예총 부회장이라는 전직을 들먹이는 것은 개인과 단체에 대한 이중의 모욕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경남도당은 시인을 선대본부장으로 추천한 사람-이름납치 혹은 이름추행 범죄자-을 밝히고 그 과정과 의도를 피해를 당한 시인과 (사)경남민예총, 나아가 모든 문화예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블랙리스트와 현재 정치계를 떠돌고 있는 유령 같은 화이트리스트가 무엇이 다른가? 촛불에서 시작하여 모두가 새로운 세상을 위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켰다. 그러고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는가? 아니 더 어두운 세상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국민의당 경남도당은 이번 '이름 납치극'에 대하여 중앙당에서 내려온 추천명단이라 슬며시 버벅거리지만 그 경위와 추천자 및 추천양식 등에 대하여 해명하지 않고 오관불언이다. 오히려 이 모든 일들이 언론보도가 비롯한 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되고 있다. JTBC 손석희 앵커를 바꾸라는 중범죄자 박근혜를 판박이로 닮은 사람들이다. 혹여 망각의 시간이 해결해주거나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자만하며 뭉개고 있는 것인가? 관계자들의 반성과 진솔한 사과 없이 이번 '이름 납치극'에서 시인이 받은 모욕감과 지역에서 받은 명예추행은 씻을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명토 박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