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고위 관계자와 만나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뭐라고 이야기하기 참 어렵다"라는 답변과 함께 기사에는 자신의 말을 담지 말아달란 요청이 돌아왔다.
"나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선거 국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기 너무 어려운 지형이다."그는 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질문을 할 만한, 인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답변은 다소 의외로 느껴졌다. 한편으론 선대위에서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문 후보가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동성애 관련 발언을 했을 때 그리 놀랍진 않았다. 일단 문 후보 발언을 정확히 돌아보자.
먼저 문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홍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나"라고 거듭 질문을 던지자, 문 후보는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이후 문 후보는 토론 말미에 약간 수정된 답변을 내놓는다. 홍 후보가 또 동성애 관련 질문을 던지자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라며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성혼을 구분 못하나"라고 응수했다. "동성애에 반대한다"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로 표현을 정정한 것이다.
차별 반대하지만, 혼인 권리 안 준다? 그 자체로 모순물론 문 후보의 수정된 답변(차별 반대, 동성혼 합법화 반대)은 이전(동성애 반대)보다 진일보한 표현이긴 하다. 그럼에도 수정된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그들에게 혼인할 권리를 주지 않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사실 생방송, 그것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토론에서 나온 말이라 이번에 유독 논란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 어쨌든 문 후보의 발언이 그리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꾸준히 그와 같은 생각을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지난 20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에서 "동성애와 동성혼이 법제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제안을 던졌을 때(주요 대선후보 공개 질의),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단서는 달렸다. 아래는 문 후보의 답변 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종교특별위원회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사회적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나가되,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 주장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민법상 동성혼은 허용돼 있지 않으며 동성애·동성혼은 국민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동성애·동성혼을 사실상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문 후보는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차별금지법 제정에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가) '평등을 저해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정책을 마련하겠다. (차별금지법은) 사회구성원 간의 설득과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라며 제정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지난 2월 13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돼 있다"라며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는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우리 당 입장이 확실하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선 지금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2012년 세계인권의날(12월 10일)에 '문재인의 인권선언'을 발표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을 제정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