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청도와 연평도의 식수난이 심각하다. 이달 초 소청도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은 데 이어 소연평도에서는 생활용수가 부족해 빨래를 육지로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앞서 소청도에서는 지난 1~5일까지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그나마 이틀에 한번 1시간 30분씩 나왔던 급수가 중단됐다. 일부 주민은 빗물로 설거지를 해야 했다.
소청도 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이 일정량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원인은 누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관로 개선은 수년 째 진척이다.
소연평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소연평도엔 48세대에 (약 80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노약자다. 소연평도는 2013년까지는 하루에 1시간, 2014년부터는 물이 더 고갈 돼 하루에 약 30분, 2015년도에는 이틀에 한번 1시간, 2016년부턴 3일 또는 일주일에 한번 1시간 제한급수를 했다.
소연평도는 식수를 사먹을 가게조차 없어 2015년부터 현재까지 1.8리터들이 병으로 식수를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소연평도의 경우 2016년 말부터 상황이 더 악화 돼 2017년 현재 지하수가 완전 고갈된 상태다. 주민들은 계곡물을 일주일에 한번 20~30분 정도 물을 공급(7톤 정도/일)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2015년에 운반선으로 주 2회(약 100톤) 생활용수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산부족으로 2016년부터 중단됐다. 중단되자 주민들이 긴급하게 꽃게 운반선에 부탁해 생활용수를 몇 차례 조달하기도 했지만, 비용 때문에 지속할 수 없었다.
물이 부족하다 보니 빨래조차 어렵다. 현재 소연평도 주민들은 일주일에 두 번 대연평도로 빨래감을 보내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세탁하고 있다. 이마저도 옷과 수건 등 일상적인 빨래 감만 보내고, 이불 등 큰 빨래 감은 인천으로 가지고 나가서 세탁하고 있다.
물이 없으니 수세식 화장실이 무용지물이다. 화장실에 물이 없으니 3년째 사용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산이나 노상에서 용변을 해결하며, 악취와 비위생적인 생활로 고통 받고 있다.
급수차 생겼지만 '규정 없다'고 관공서만 이용대연평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4년부터 2016년도까지 하루 한 시간 제한급수를 한 적도 있고, 현재는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일 2시간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가뭄 당시 주민들의 요구로 생긴 급수차는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급수차는 소나무 물 공급, 어업지도선 물 공급, 면사무소 청소, 당섬 화장실 물 공급 등 주로 관공서가 필요로 곳에만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로 급수차가 생겼지만, 옹진군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데 급수차를 투입하지 않고 있다. 소방차가 있긴 하지만 화재진압용 약품처리가 돼 있어 식수와 생활용수 공급으론 사용하기 어렵다.
연평도 주둔 군부대도 사정은 딱하다. 군부대도 자체 관정을 사용하지만, 물이 부족 시 마을 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부대 내 관사의 경우 군부대 관정을 사용했으나, 2016년부터는 아예 마을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서해5도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대책위는 "서해5도가 안보의 최전선이고, 서해5도에 사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식수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년 째 되풀이되는 문제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지,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수도관리는 이장단에 맡겨놓고 예산지원 외면소연평도는 지하수 자체가 없지만, 대연평도와 소청도의 물 부족은 상수도 관로 문제가 크다. 연평도 주민들은 노후관로가 훼손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인천시가 간이 상수도라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대연평도 물탱크(서남부리 1개, 중동부리 2개, 새마을리 1개)마다 드림밸브가 설치되지 않아 청소 시 부유물이 완벽하게 처리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새마을리 물탱크는 매립 형으로 쥐 등 동물이 들어갈 수 있고, 누구나 접근 가능해 수질오염에 위험성이 노출돼 있다.
또 맴브레인필터와 활성탄여과제 등 정수에 필요한 여과시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이는 마을 이장단인 '연평도상수도관리운영위원회'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12년 수도법이 개정되면서 마을상수도와 소규모급수시설 관리 업무가 기초 군구에서 광역 시도로 이관돼, 서해5도의 경우 옹진군에서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로 바뀌었다.
그 뒤 인천시는 '인천광역시 마을상수도 및 소규모급수시설 운영․관리 조례'를 제정해 각 마을 이장으로 '연평도상수도관리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수도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노후관로 정비 등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없고, 모터고장, 동파, 누수 등 긴급보수 업무에 필요한 예산은 옹진군에 위임했다.
섬 주민들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시에 인천상수도사업본부의 직접 관리를 요청했지만, 시는 마을상수도를 지방상수도로 전환하려면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비용을 내야한다며, 주민들에게 10억 원을 내라고 했다. 주민들은 이를 낼 수가 없어 여전히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연평도 이장단, 유정복 시장 만났지만... "실망"각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소형 지하수 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가 관정 주민들은 지하수 고갈과 수질오염으로 인해 마을상수도와 연결해 줄 것을 수 년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로설치와 예산문제 등으로 수 년째 답보상태다.
대연평도의 경우 2015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포격으로 인해 관로 누수율은 약 40% 정도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누수율을 인정을 못한다고 했다. 이에 연평도상수도관리운영위원회가 제3자 기관에 의뢰해 객관적인 조사를 요구했지만, 이 또한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사이 물은 계속 새고 있다.
이에 연평도 이장단은 27일 인천시를 방문해 "더 이상의 인내와 고통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유정복 인천시장을 면담하고 5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면담에서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장단은 ▲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 대책 당장 마련 ▲ 해수담수화 등 물 해결을 위한 사업 조기 집행 ▲ 상수도 운영주체와 관리를 인천시 책임으로 개선 ▲ 연평도 물 인프라 지원을 의무화한 조례제정 ▲ 위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인천시 담당부서 지정과 소통일원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 시장은 즉답 대신, 담당 부서에게 사태 파악 후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후 이장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앞서 2016년에도 주민대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노후관로 교체, 해수담수화 설치, 지방상수도 이전 등 주민 요구 사항 8가지를 합의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다. 이장단은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우리는 상수도운영위원회를 사퇴하고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