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틈이 날 때마다 가야산에 들린다. 가야구곡을 탐방 중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야산에 가면 가려져 있던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27일 오후.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에 있는 내포문화숲길 사무실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야산 아홉 계곡 중 마지막 9곡인 옥양폭포까지 걸었다. 숲길사무실에서 옥양폭포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가야산 지기들에 따르면 옥양폭포는 장마철에는 폭포가 웅장해 보이지만 평상시에는 졸졸 흐르는 개울물이라고 했다. 뭐 어떻겠는가. 지천에 핀 봄꽃 사이로 가야산 계곡과 숲길을 걷는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꿀맛이다. 물론 미세먼지가 없는 날을 택하고, 시간도 맞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는 한다.
숲길을 따라 이미 오래전에 떨어졌을 솔잎을 밟으며 걸었다. 발끝으로 전해 오는 솔밭 특유의 포근함에 다리에 쌓이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김영우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가야산 계곡에는 지금도 1급수에만 사는 버들치가 살고 있다고 했다.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귀에 담으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옥양폭포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폭포가 마르지는 않았지만 크고 웅장한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물 흐르는 소리에 정신을 팔고 있을 무렵, 옥양폭포까지 동행했던 김영우 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은 가야산의 숨은 이야기 하나를 전했다.
김영우 사무처장은 "가야산에서는 1957년까지도 빨치산이 잡혔다는 기록이 있다"며 "6.25 전쟁 이후 가야산은 예산과 홍성, 서산 등의 인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빨치산들의 은신처였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깊은 산골이 아닌데도 가야산이 갑자기 오지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옥양폭포 근처에서는 휴대폰도 안 되고, 당연히 인터넷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운이 좋게도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한 날 가야산을 찾았다. 인간이 미세먼지로부터 해방되어 마음 편히 걷기 위해서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가야산은 내게 자연에 대한 존중감을 충천해 주곤 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야산의 품에 안겨 걷기를 즐기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