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실시되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미세 먼지'가 떴다는 점이다. 시민들 사이에서 미세 먼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반작용'이다.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도 '석탄 화력 발전 축소'나 '동북아 환경 외교 강화' 등 거시적 공약에 있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에게는 오히려 작은 공약이 더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 '공기 청정기 설치'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크게 보일 만한 '깨알같은' 차이들이 발견된다. 다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별 10대 공약, 그리고 지난 달 28일 SBS를 통해 보도된 '대선 후보들에게 미세 먼지를 묻다' 등을 통해 정리한 후보별 공기 청정기 관련 공약들이다.
기호 1번, 문재인 : 각급 교육 현장에 공기 청정기 설치 지원 확대기호 2번, 홍준표 : 병원·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공기 청정기 설치 추진기호 3번, 안철수 : '스모그 프리 타워' 시범 설치 기호 4번, 유승민 : 아동·노약자 집중 시설에 공기 청정기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기호 5번, 심상정 : 보육·교육기관·요양기관 등 공기 청정기 설치 지원공기 청정기 설치 공약,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우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스케일'이 크다. 중국 베이징에 설치된 스모그 프리 타워와 같은 대형 실외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후보들처럼 '공기 청정기 설치'를 약속하는 대신 "어린이 등 취약 계층 및 다중 이용시설의 미세 먼지 측정기 의무화"를 내걸었다.
비슷해 보이는 나머지 네 후보들 사이에서도 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경우는 모두 '공기 청정기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사실상 담고 있다. 이와 달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설치를 추진하겠다"거나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재원의 출처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앞서 두 후보와 달리 더 포괄적으로 읽히는 답이다.
공기 청정기 설치 범위를 어떻게 명시했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문 후보는 "각급 교육 현장"이라고 했고, 홍 후보는 "병원·학교 등"이라고 했다. 홍 후보의 설치 범위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유 후보의 "아동·노약자 집중시설"이란 표현은 심 후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모호하다. 심 후보는 "보육기관·교육기관·요양기관"이라고 분명히 했다. 설치 범위도 네 후보 중 가장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의 재원이 필요할 것 또한 분명하다. 보건복지부 통계(e-나라지표) 기준 2015년 현재 전국 보육기관 숫자는 4만 2517개다. 통계청 자료(국가통계포털)를 살펴보면 2015년 기준 전국적으로 요양기관 숫자는 8만 8820개에 이르며, 교육통계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적으로 유치원 숫자는 8930개, 초등학교 경우는 5978개다.
공기 청정기 설치 공약 관련 업체 직원에게 물었더니...
최근 미세먼지 특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 공기청정기 업체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보통 다중 이용시설에 설치하는 공기청정기의 경우, 한 대당 98만 원 선"이라며 "하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구입했을 경우는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총 50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 견적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렌탈 형태로 사용할 경우는 별도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이 관계자 말대로라면 전국 초등학교에 공기 청정기를 설치하는데 3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예산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도 역시 어려운 규모다.
업체 입장에서는 대선 이후 '정책적 특수'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솔직히 저희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야외 활동을 금지시킨다고 실내에서 미세 먼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대처 방안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터 교체 비용도 예산 산정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당장 미세먼지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런 만큼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들의 '공기 청정기 설치 공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 가정의 달에 소중한 '나의 한 표'를 좀 더 꼼꼼하게 행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