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만지는 어린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촉에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지는 모양이다. 저마다 차림새는 달라도, 재미있다는 얼굴은 한결같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의 엄마와 아빠도 흐뭇해 하는 표정이다.
지난 3일 담양 관방천변의 도예 체험장에서다. 도예 체험장은 담양 대나무축제를 맞아 전남도립대학교 도예차문화과 1학년 학생들이 마련했다. 학생들이 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자고 의견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학교와 학과 홍보도 자연스럽게 될 것으로 봤다.
도예 체험장은 관방천변에 자리하고 있다. '대숲 공원' 죽녹원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변이다. 천변에는 수백 살 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지만, 여행객들에게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도예 체험장은 대나무축제의 중심 무대에서 보면 '변방'에 속한다. 그러나 늘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로 북적댄다. 축제 첫날 100여 명이 도자기 체험을 했다. 둘째 날인 부처님오신날에는 280여 명이 체험했다.
"무엇을 만들어 볼까? 컵, 그릇, 화병, 접시...""컵(화병)이요.""그래. 예쁜 컵(화병)을 우리 같이 만들어 볼까?"체험은 어린 아이의 손에 물을 적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의 손에 이끌린 어린 아이가 물레 위에 놓인 흙덩이를 만지자, 흙덩이가 일순간에 위로 올라가더니 기둥 모양으로 바뀐다. 손끝에서 흙덩이가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 같다.
그 모습에 어린 아이가 입을 크게 벌린 채 다물 줄을 모른다. 다음은 흙기둥의 가운데를 파서 컵(그릇) 모양을 만들어가는 순서. 안팎으로 생김새를 다듬으니 금세 원하는 모양의 자기가 만들어진다.
체험에 참가한 어린 아이들이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와 아빠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부모한테 자랑이라도 하려는 눈치다. 스스로도 대견한 모양이다.
"엄마! 컵(그릇)이 만들어졌어.""재밌지? 신기하지?"체험에 참가한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대학생들도 맞장구를 친다. 흙덩이를 만진 아이들의 마음결도 진흙처럼 금세 보드라워지는 것 같다. 체험장 앞 관방천에서 대나무 뗏목과 카누를 타는 것보다 더 즐거워한다.
황토로 컵과 접시를 빚어본 어린 아이들은 "엄마! 재밌어"를 연발한다. "또 하고 싶다"며 보채는 아이도 보인다. 흙 한 줌을 잠시 갖고 놀았을 뿐인데, 해맑은 동심이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것 같다.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추억 하나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도예차문화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조재호 전남도립대학교 교수는 "어린 아이들의 체험을 돕는다는 게 힘든 작업이라는 걸 알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으로서 소속감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도예 체험을 한 어린 아이들도 흙과 친해지면서 도자기의 매력과 우리의 전통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조금은 젖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남도립대학교 학생들의 도예 체험장은 담양 대나무축제가 끝나는 5월 7일까지 관방천변에서 계속 운영된다. 대나무축제는 지난 5월 2일부터 '푸른 대숲, 숨쉬는 자연'을 주제로 죽녹원과 전남도립대학교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