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시간으로 5월 4일 오전 7시에 시작한 영국의 지방선거가 오후 10시에 끝났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방국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단일국가로, 잉글랜드 353개, 스코틀랜드 32개, 웨일즈22개, 북아일랜드 26개 등 총 433개의 지방행정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표를 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며, 투표연령은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가 만 18세 이상이고, 스코틀랜드는 만16세 이상이다.
영국 지방의원의 임기는 4년이며, 선거주기는 자치단체별로 다양한데, 4년마다 총선거(whole council system)로 일괄선출 하는 지역도 있고, 매2년 마다 1/2씩 선출하는 지역도 있고, 4년 중 3년간 매년 1/3씩 선출하는 지역도 있다. 이번 선거는 잉글랜드 지역의 8명의 시장과, 잉글랜드 34개(총2370석), 스코틀랜드 32개 (총1227석), 웨일즈 22개 (총1254석)의 지역에서 총 4851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뽑았다.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에 치러진 제일 큰 규모의 선거라는 점에서, 2016년 7월 13일 취임한 테레사메이 총리의 강경 브렉시트 노선와 집권보수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동시에, 6월 8일 조기총선을 한달여 앞둔 만큼 총선의 표심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강경 브렉시트의 초강수를 두고 있는 메이 총리가 이끌고 있는 보수당은 38%의 득표율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전 지역에서 기존 의석 방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563석을 추가하는 압승을 거뒀다.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탈퇴해 전 세계와 직접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복지 재원 확충을 위해 이민자 수용 규모제한과 국경 통제를 최우선하며,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지방정부의 의견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메이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정책에 영국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선거의 표심으로 볼때 집권 보수당은 다음달 예정된 조기총선에서도 우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할 경우,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누르고 당내분열과 야당과의 불화를 막음으로써 강력한 협상권한을 가지고 EU와 브렉시트 관련 협상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레미 코빈이 이끌고 있는 노동당은 27%의 지지율로 382석을 내어줘야 하는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노동당은 잉글랜드 지역에서의 패배뿐만 아니라, 106년만에 보수당에게2당의 지위를 내주고 3당으로 내려 앉았던 작년스코틀랜드 의회(Parliament) 선거에 이어 이번 스코틀랜드 지방의회(councils) 선거에서도 보수당에게 밀려3당으로 물러나게 되다.
늘 강세를 유지해 오던 웨일즈에서까지 107석을 내어줌으로써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지난 2월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코플랜드까지 내어줘야 했던 보궐 선거패배 이후의 연속된 패배로 인해 코빈의 지도력은 또 다시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의 패배는 첫째, EU 탈퇴를 지지하고 있는 북부 옛 공업지대의 노동자표의 이탈, 둘째, 코빈의 급진적인 노선으로 인한 당내 중도우파 세력들의 반발로 이어진 극심한 내분사태, 셋째, 안보와 이주민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만, 노동과 인권, 젠더 이슈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영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실용주의적 개혁 보수 메이 총리에 대한 기대 심리가 함께 작용했을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이 다음달 총선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해법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반(反) 난민 정서에 힘입어 지난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1위(24석)로 영국 정당 가운데 유럽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고, 2015년 총선 때 12.7%의 득표를 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영국의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의 146석 중 단 한석의 방어에만 성공하고 나머지 의석을 모두 잃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UKIP의 이같은 몰락은 첫째,영국의 EU 탈퇴운동을 이끈 카리스마 리더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의 사퇴와 이후 당 대표선출 과정에서의 당내 분열 여파, 둘째, 메이 총리의 강력한 EU 탈퇴 드라이브로 인한 지지층들의 보수당으로의 이동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UKIP를 이끌고 있는폴 누탈(Paul Nuttall) 대표는 선거 직후 "우리는 우리가 이룩해낸(브렉시트) 성공의 피해자들 (We are the victims of our own success)"이라며, 선거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가 하면, 2015년 총선에서 스코틀랜드에 배정된 59석 가운데 56석을 싹쓸이했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이번 지방의회선거에서 35.1%의 득표율로 1227석 중 431석을 획득함으로써 1당을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 스코틀랜드 의회 (parliament)선거에 이어, 이번 지방의회(councils) 선거에서도 스코틀랜드에서 와해되고 있는 노동당의 기반을 흡수하지 못하고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영국의 EU탈퇴로 EU 회원국 지위를 자동 상실하게 되는 스코틀랜드의 니콜라스터전 (Nicola Sturgeon)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의 EU 잔류를 강력 주장하며 제2차 독립주민투표의 추진하고 있는 반면, 메이 총리는 독립주민투표 불가 방침을 밝히며 조기총선 분위기로 독립투표 공론화를 아예 봉쇄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EU와의 관계보다 300년을 지속해온 스코틀랜드와의 동맹이 더 중요하다는 잉글랜드인들. 다음달 6·8 초기총선에서 스터전이 이끄는 SNP가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시민사회신문(ingopress.com)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