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미국의 유력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한 사설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미국의 주요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 유력 후보로 언급하며 아시아판 표지모델로 선정한 것을 의식한 모습이었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수 대결집으로 홍준표의 대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라며 "1992년 대선 사흘 전 YS(김영삼) 24.6%, DJ(김대중) 24.1%였다가 막판 사흘 만에 보수 대결집으로 YS가 42% 대 33.8%로 대승했다. 이번에도 막판 보수 대결집으로 40% 대 38%로 이긴다"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투표결과를 보고 광주를 돌아보니 호남은 이제 안철수로 뭉쳤다. 비호남권에서도 다시 안철수 태풍이 불고 있다"라며 "오죽했으면 월스트리트 저널이 오늘 자에 역전이라고 썼겠나"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과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전망의 근거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을 인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내용은 어땠을까? 홍 후보의 승리를 점쳤을까, 안 후보의 역전을 언급했을까. 결론적으로 두 가지 모두 아니다. 사설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The latest polls show conservative candidate Hong Joon-pyo, backed by the Liberty Korea Party, surging with about 17% support. Centrist Ahn Cheol-soo is polling around 21% but is fading after poor debate performances. About 20% of the electorate is still undecided, and an upset is possible if center-right voters rally around a single candidate. And if Mr. Trump keeps quiet.""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7% 지지율로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중도성향 안철수 후보는 21% 지지율이지만 토론회에서 부진한 이후 하락세다. 아직 20% 유권자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만큼 중도우파 표심이 한 후보에 쏠린다면, 역전도 가능하다. 그리고 트럼프가 침묵을 지켜야 한다."월스트리트 저널이 역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조건이 까다롭다. 17%와 21%로 나눠진 중도우파의 표심이 한 후보에게 쏠려야 하고, 20%의 부동층 가운데 상당수도 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게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침묵 해야만 문 후보를 역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같은 사설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문재인 후보를 돕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는' 후보라는 지적이다. 미국 보수층의 의식을 대변하는 보수 경제지의 기조가 사설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홍준표 후보, 박지원 대표가 자당에게로 표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중도보수 유권자들도 자신의 지지후보에게로 표가 쏠릴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