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 방향이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임대주택도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는 공적 임대주택을 매년 17만호씩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국토부의 공급계획(12만호)보다 5만호 늘어난 수치다.
계획대로라면 재임기간인 5년간 85만호가 공급되는데, 최근 5년간(2013~2017년) 공급된 임대주택(55만1000호)보다 30만호 가량 많다. 현재 국민임대와 행복주택, 영구임대 등 복잡하게 나뉜 임대주택 유형도 통합해, 그간 있었던 혼란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민간 주택 세입자에 대한 주거 안정도 강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상한제의 단계적 도입을 제시했다.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제도는 계약기간이 끝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재계약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세입자는 한 집에 오랜 기간 머무를 수 있는 '무기'가 생기는 것이다.
임대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상한제 도입으로 안정적 주거 여건 도모
여기에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임대료상한제도까지 도입되면, 세입자들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에 따른 부담이 없이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다. 집주인들에게는 일정 수준 이하의 임대소득은 세금을 면제하는 '당근'을 제시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 보급도 한층 강화된다. 매년 신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의 30%, 4만호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
융자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2.3~2.9% 수준인 생애최초전월세 보증금 융자(버팀목 대출)금리를 낮추고, 자금지원 규모도 확대한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 부부에 대한 우대금리 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 신혼부부에게는 결혼 후 2년간 월 10만원의 주거비가 지원된다. 아울러 결혼 초기(2년)에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 우선배정, 다자녀 비례 우선분양제를 적용한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대도시 역세권에 시세보다 낮은 청년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5년 임기동안 20만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하는 역세권청년주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청년들이 함께 거주하는 쉐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도 임기내 5만실이 공급된다. 월세를 30만원 이하로 설정해,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저소득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현재 81만여 가구가 받고 있는 주거급여의 대상과 금액을 늘릴 방침이다.
"임대주택은 재정여건 조율 필요,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신중히"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정 여건을 감안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는 신규 건축을 하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하는 형태로 나뉘는데, 신규 건축의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공공임대에서 신규 건축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재정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를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은 다소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차인에게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지만, 임대인에게 불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임차주택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임대인이 수긍할 수 있는 권리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 연구위원은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등을 도입했을 때, 강남 등 임대 수요가 우위인 지역에서는 단기간 가격이 급등할 소지가 있다"면서 "집주인이 임대주택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주택의 질적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