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파격적인 행보가 연일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답답할 정도로 꼬였던 많은 사안들이 제자리를 되찾아 가기 바쁘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권력에 가려 경험하지 못한 많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권이 출범하기 무섭게 파격적인 대통령과 참모들의 행보가 언론에 회자되는 모습이 꼭 10년 전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취임선서에서부터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주요 정책사안들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확실히 다른 소통정책을 해 나갈 것임을 알렸다. 그래서 그런지 무엇보다 언론계에 불어닥칠 변화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발탁한 청와대 참모들을 직접 기자실에서 일일이 소개하며 본인으로 하여금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을 받도록 했다. 그동안 권위적이었던 청와대 기자회견이나 권력의 인선조각과 관련된 대국민 발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마치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백악관 기자회견을 보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페쇄적·배타적 기자실 운영 특권사회 조장 한몫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라면 진즉 이렇게 시행됐어야 할 바람직한 제도이다. 아니 이보다 훨씬 더 발전했어야 할 언론소통정책 아니던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오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이어 권력이 언론을 쥐락펴락 장악하며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해 온 탓에 이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과 기자실 또는 기자단을 통한 정보의 독점, 뉴스 보도의 획일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아왔다. 브리핑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선언문 낭독처럼 최고 권력자가 기자실에 등장하면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읽는 사람과 받아 적는 사람들로만 구분되어왔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권력의 언론장악 습속도 문제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산하기관 및 단체, 각 지자체,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혈세로 상시 운영하는 기자실·기자단의 폐쇄적이고도 배타적인 운영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나라의 기자실과 기자단 운영은 일제강점기부터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도입된 것으로 일제잔재 문화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라져야 할 폐단으로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 왔다. 특권이 인정받는 사회분위기를 조장하는 데 한몫해온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청와대를 비롯한 대부분 공공기관들은 기자실을 유지하면서 특정 언론사 출입기자들에게만 취재편의를 제공하는가 하면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 정책과 정보를 그들을 통해 배포·유통시키곤 한다.
국민혈세 운영 기자실, 특정 언론사들 전용공간 돼서야특히 일부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기자실은 기자협회 등 특정단체에 가입한 회원 언론사 출입기자들의 전용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기자단에 가입하지 않은 언론사 기자 또는 시민기자, 1인 미디어인 블로거들과의 잦은 마찰이 야기되곤 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기자실·기자단 위주로 해외 공짜취재라든지 금품수수 등의 행위가 벌어져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충실하기 보다는 특정집단의 정보독점과 향응제공 장소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자실이라면 어느 언론사 소속 기자나 출입하도록 허용해야 마땅하다. 심지어 국민 누구라도 출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함에도 여전히 문턱이 높은 곳이 바로 관공서의 기자실이다.
그럼에도 주류언론인들이 퇴행된 관행을 고집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청와대부터 이러한 병폐가 오랫동안 작용해 왔다. 청와대는 주로 언론사에서 관록 있는 정치부 기자 또는 데스크(팀장이상 직위)들이 드나드는 출입처이다. 그런데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시절엔 언론 길들이기 정책과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 탄압정책이 유별나게 심해서 그런지 대통령만 기자실에 등장하면 출입기자들이 마치 주눅이 든 것처럼 말문이 닫히곤 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아야만 했다.
대통령만 나타나면 주눅 드는 기자들, 왜 질문 못했나? 국민의 촛불혁명으로 사상 초유의 탄핵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기자들의 질문을 거의 받지 않는 등 일방적인 소통방식을 고집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는 기자실에 들러 앞만 바라보고 원고를 읽은 후 곧바로 퇴장하는 모습을 임기 내내 보여줬지만 어느 기자도 국민의 답답함을 대신해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기자실·기자단이라며 은근히 으스대는 것을 보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형태는 지난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 참여정부시절 대대적으로 개선되는가 했는데 아쉽게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만 사건이 있다. 바로 기자실을 폐지했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초기부터 청와대 기자실을 브리핑룸으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기자실 운영제도를 시행했다. 출입기자단만이 기자실을 전유물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지 브피링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한 제도다. 이는 곧 다른 정부 산하기관 또는 지방단체들에까지 파급돼 배타적·폐쇄적이었던 기자실이 잇따라 개방되고 누구나 정책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었다.
이미 선진국들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우리는 뒤늦게 도입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물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존의 주류언론사들은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이 때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가장 높은 것으로 지금도 기록되고 있다. 언론자유가 가장 보장됐던 시기가 바로 그 때였다.
청와대 기자실 폐지하고 브리핑룸 전환 검토를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브리핑룸을 다시 기자실로 환원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권이 작용하고 배타적이며 폐쇄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지만 기자실·기자단은 지금도 버젓이 각 공공기관에서 국민의 혈세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기자단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지만 정보독점과 취재편의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선 여전히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차제에 문재인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서 국정업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주요 정책을 주기적으로 브리핑하겠다고 한 것은 어둡고 암울했던 기자실·기자단 운영에도 민주주의 불씨를 지핀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정책브리핑에 참가하고 또 기자들은 열심히 취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이러한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이 궁금한 내용들을 묻고 따지고 또 캐묻는 그런 기자실 운영제도로 탈바꿈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되며 그간 실추됐던 언론자유지수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