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왜 이러나?"
17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하청노동자가 한 말이다. 크레인 붕괴 사고에 이어 화재사고까지 발생하자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노동자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7분경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안에 있는 공기 압축실 냉각설비에서 화재가 났다. 당시 작업하던 노동자들이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30여분만에 진화되었다. 당시 화재로 인해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시민들도 놀랐다.
경찰은 냉각탑 발판 용접 작업 도중에 불꽃이 튀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는 크레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만에 일어났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 1일 오후 2시 52분경 타워크레인이 골리앗과 충동해 무너졌다.
당시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은 세계노동절로, 하청노동자들만 출근해 작업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크레인 참사로 인해 전체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15일부터는 크레인 사고 현장을 제외한 작업장에 대해 작업을 개시했다.
그런데 작업 개시 이틀만에 화재가 났다.
삼성중공업은 15일 오전 8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사 안전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회사 차원에서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자고 했지만, 그런 다짐을 한 다음 날 불이 난 것이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일반노동조합 김경습 위원장은 "안전사고에 무감각하고, 공정을 맞추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며 "노동자 생명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 했다.
거제통영고성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 이김춘택 정책실장은 "작업장 안전은 '결의대회'로 지켜지지 않는다. 골리앗 크레인은 직영이, 지브크레인은 하청이 담당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 작업장에 수십개 업체에 수천명이 한꺼번에 투입돼서 안전관리가 될 수 없는 상태에서 공사 기한에 쫓겨 일을 하는 혼재작업을 금지하고, 복잡한 다단계 하청고용 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책"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