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김동철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노회찬 정의당 등 5당 원내대표 간 첫 오찬 회동이 1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가운데, 각 당이 일제히 오찬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격의 없고 소탈한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자연스레 의견이 오가면서, 오찬 회동은 애초 예정됐던 종료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2시 30분께 끝났다. 이들은 정국운영 사드 배치, 외교 안보 및 민생·경제 내용과 개헌 등을 논의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각 당 원내대표들은 "대통령이 격의 없이 대화에 임했다(정우택)", "국회에서도 해보지 못한 솔직한 대화를 깊이있게 나눴다(노회찬)"는 등 대체로 호평을 내놓았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오찬 회동 뒤 본인 트위터 등 SNS 계정을 통해 "오늘 오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저는 제가 한 말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 '저는 앞선 두 정부 만이 아니라 그 앞의 두 정부까지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는 말)"이라고 썼다.
자유한국당 '협치' 강조... "대통령, '법인세 인상 자제' 건의에 즉답 안 해"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로 '협치'를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운영과 관련해 우리가 정치·사회적으로 갈등 있던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업무 지시보다는 협치의 정신을 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제가 '당내 탕평을 넘어선 국민탕평 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 적재적소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안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이견도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 원내대표는 "제가 '(정부가) 기업을 적대시한다면 외려 일자리 창출과 상충될 수 있다. 법인세 인상 등 앞으로 기업 옥죄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며 그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했더니 대통령은 '하여튼 잘 알겠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그간 견해를 좀 달리했기 때문에 즉답은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1야당으로서 통 큰 협력을 해 나가겠다"면서도 "다만 이게 인기영합 등 다른 방향으로 흐를 때는 우리가 견제·비판을 하고, 필요한 경우 강한 저항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관련해 이날 재차 "이 곡을 제창하는 건 예전에 정무위 시절에도 논란이 돼, 절차에 합의가 필요해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입 꾹 다문 정우택, 왜?).
문재인 "제가 한 말 책임져, 내년 개헌 반드시 할 것"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예정
반면 대표적 개헌론자로, 당 개헌특위 간사를 맡은 바 있는 김동철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만나 '개헌'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시스템 개혁이 돼야 한다. 그 중 핵심은 분권형 개헌이라고 생각한다'고 모두발언에서 개헌을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최명길 대변인 등 국민의당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저는 제가 한 말에 대해서 강박감을 가질 정도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다. 내년 6월 개헌은 반드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구제 개편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고, 문 대통령은 관련해 "나 스스로는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왔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된다면 다른 정부형태,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국민 기본권·지방분권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은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정부형태나 권력구조 문제를 포함해서, 국민의 여론을 잘 수렴·반영해서 국회가 안을 내준다면 존중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에 "국정운영과 관련해 우선순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껏 탈권위·소통으로 많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개혁독선의 우려도 없지 않으니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면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비정규직화 현상·해법 등에 대해 대통령과 여권에서 대단히 깊이 있게 고민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40분 넘게 길어진 건 서로 하고싶은 얘기가 많았던 것으로 이해한다"며 "대단히 솔직하고 충분한 대화를 이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민주당 강훈식 대변인은 관련해 "이번 회담은 의제 없이 진행됐다. 의회와 격의 없이 일상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심중이 반영됐다"며 "(민주당은) 청와대와 야당이 소통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라고 오찬 결과를 전했다.
이들은 다음 회동 시점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향후에도 여·야·정 국정 협의체 등을 거쳐 상시적으로 소통·대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및 운영을 제안했고, 5당 원내대표들은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또 "각 당 공통 대선 공약을 추진하자"고 제안해, 곧 국회에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