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 동안 순풍을 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인권위의 특별 보고를 정례화할 것을 지시했으며, 각 부처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이라고 지시했다. 인권위의 권고를 얼마나 귀담아 들었느냐가 부처 평가에도 반영된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가 쓴소리를 듣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호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구현'을 기치로 내세우며 설립됐다. 참여정부 당시 사형제 폐지 의견,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 등의 의사를 밝히는 등, 활발한 행보로 주목받았다. 참여정부 당시 인권위는 국가기구이면서도, 이라크 파병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당시 인권위의 상임위원 중 한 명은 유시민 전 장관의 누나 유시춘 소설가였다). 일각에서는 '항명행위'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권위는 그러라고 있는 것'이라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인권위와 같은 기구의 존재다.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대통령은 그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풍경은 혼란도, 국론 분열도 아니다. 되레 국가의 품격을 높여주는 길이다.
보수 정권 9년 동안 유명무실... 이제 제 역할해야
한편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인권위원회의 존재는 유명무실해졌다. 2009년에는 인권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헌병철 위원장이 임명됐다. 법조인으로 가득 채워진 인권위는 미네르바 사건,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살, 집시법, 세월호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연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술 더 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장관급에 해당하는 인권위원장의 보고를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지난 정권이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다. 그 결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 3연속 '등급 보류' 판결을 내렸다.
정권이 바뀌면서, 추진력을 얻게 될 국가인권위원회는 달라져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을 해야 한다. 최근 군법원은 동성애자 A대위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외신들은 이 판결에 대해 '인권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영외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고, 강제성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성적 지향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할 때, 다시 그 시계추를 붙들어 주는 것이 인권위가 할 일이다. 국가의 품격을 새롭게 세워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마땅한 사진을 고르지 못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민정수석 사진이 처음에 들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