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심귀가 서비스요?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이용하려면 돈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시 중랑구 서승원(21·여)시행 5년 차에 접어든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가 홍보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는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의 귀갓길을 동행해주는 서비스로, 2013년 서울시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전국으로 확대되어 '안심 택시', '안심 버스', '안심 지킴이 집'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홍보가 미흡해 시민들의 이용이 적은 상황이다. 실제로 제주시의 '안심귀가 심야버스', 서울시의 '택시 안심귀가 서비스', 포항시의 '안심귀가스카우트' 등이 이용률 저조로 폐지됐다.
기자도 몰랐던 우리동네 보디가드, '안심지킴이'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여러 형태의 '안심귀가서비스' 중 도보(서울시)와 차량(구리시)을 이용하여 심야 귀가를 지원하는 두 곳을 지정해 이용해봤다.
이신혜 기자는 도보를 통한 '서울시 안심귀가서비스'를 이용했다.
'여성안심귀가서비스'는 학교 수업이나 회사 일, 회식 등으로 인해 늦은 시각 귀가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다산콜센터 '120'으로 귀가 30분 전에 전화하니 구청 담당부서에서 도착시간에 맞춰 불광역 2번 출구에 안심스카우트 2명이 대기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심야시간(월요일 저녁 10시~12시, 화~금요일 저녁 10~1시)에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스카우트를 거리나 역에서 만난다면 동행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밤 11시, 역에 도착하자 노란 조끼를 입고 주의봉을 든 2명의 스카우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스카우트들과 이야기를 하며 10분 정도 동행했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하며 기자가 집으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봐 주었다.
'안심귀가서비스'를 이용하며 만난 스카우트 모해자(53·여)씨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1~2명인데 그마저도 이용하는 사람만 계속 이용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모씨는 "가끔 늦게 귀가하는 여성분들께 동행이 필요한지 물어보지만 그마저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 달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김지수 기자는 차량을 통한 '구리시 안심귀가서비스'를 이용했다. 시내 연계 버스가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구리톨게이트는 심야시간(평일 20시~24시), 시내버스 정류장 또는 주택까지 여성의 귀가를 지원한다.
구리톨게이트의 '안심귀가서비스' 게시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니 '언제 도착하는지', '위치가 어딘지'를 물었다. 전화를 끊자 3분 만에 기자 앞에 안심귀가차량이 도착했다. 차에 타고 있던 시민경찰은 총 3명이었고, 경찰관, 시민경찰, 자율방범대가 교대로 나오는 방식이었다.
시민경찰이 주는 종이에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적어 정보를 등록하면 다음 이용부터는 바로 목적지로 출발하는 회원등록제가 운영 중이었다. 지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시민경찰에게 사는 곳을 말하자 지름길을 이용해 집 앞까지 갔다. 구리톨게이트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30분 이상이 걸리지만 안심귀가서비스 덕분에 빠르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보 얻을 수 없는데… 어떻게 이용하란 말이죠?"경기도 구리시민 오세정(여, 20)씨는 "구리톨게이트에서 내리면 집까지 밤길을 30분 이상 걸어야 해서 빙 돌아가는 버스를 탔었다"며 "안심귀가 서비스를 알았으면 이용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구리시안심귀가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가 가장 적은 달에는 30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심귀가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에 약 1.4명으로, 하루에 4명인 근무자 수보다도 적은 상황이다.
그러나 '구리시안심귀가서비스'가 시행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구리시의 지역신문이나 관할 주민센터에서 관련 홍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구리시청에 '안심귀가'를 검색해도 '안심귀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즉, 구리톨게이트를 이용하며 직접 관련 안내판을 보는 것 이외에는 구리시민들이 구리톨게이트에서 운영되는 '여성안심귀가서비스'의 정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은평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안심귀가'라는 단어를 은평구청 홈페이지에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는 7건이며 2017년에는 한 개가 올라왔다. 지역 신문인 은평신문에는 배너 형식으로 짤막하게 정보가 실려있다.
실제로 '안심귀가서비스' 이용 장소를 찾아가도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들거나 잘못된 정보가 게재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구리시안심귀가서비스' 이용 장소인 구리톨게이트 정류소 내부에는 관련 안내가 없고, 버스가 오가는 차도에 나가야만 안내 현수막을 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반대편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게시판까지 '여성안심귀가서비스'를 설명하는 수단은 총 두 개.
그마저도 현수막과 게시판의 이용시간은 각각 평일 저녁 8시~저녁 12시와 밤 7시~새벽 2시로 서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었다. 또한 이용 10분 전에 연락을 하라고 안내하는 현수막과 달리 실제 귀가를 도와준 시민경찰들은 30분 전에 연락해야 한다며 현수막과 운영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은평구의 경우 주요 이용 장소인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들이 안심귀가스카우트와 만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번화가에서도 현수막 등의 옥외광고물을 찾을 수 없었다.
"나 좀 알아주세요!" … 시민들이 이용하는 제도 되려면?여성안심귀가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120' 통합 번호 사례를 벤치마킹한 홍보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통계상 서울시의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서비스' 이용자 수는 2013년 약 3만명에서 2016년 약 24만명으로 이용률이 늘었다. 여전히 홍보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신청 인원은 적지만 타 지역에 비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안심귀가서비스'를 시행하는 지역들은 지역커뮤니티와 SNS를 이용해 주 이용대상인 젊은 여성들에게 이용정보를 실질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홍보를 진행하고, 주민들이 '안심귀가서비스'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지하철, 버스정류장 등에 안내 정보를 게재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