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공생, 순환의 가치로 지역사회를 만들어갑니다. 대전지역에도 수많은 협동조합이 다양한 사업과 방식으로 조합원의 권익 향상과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지원기관인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의 공동 기획으로 대전지역 협동조합을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
아이가 커 나갈수록, 부모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아이가 서너 살 정도가 되면 어린이집을, 대여섯 살 정도에는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다.
어린이뜨락협동조합 구성원들은 이러한 육아 과정에서 벗어나 부모와 아이가 주도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가는 것을 추구한다. 일주일에 네 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린이뜨락협동조합 엄마들과 아이들은 예뜰순복음교회 공간에 모여 다양한 활동과 만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엄마들이 모여 '엄마표 수업' 만들다"아이를 키우는 데 대안이 어린이집밖에 없어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있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놀이터에 가도 애들이 없고요. 아이가 꼭 기관에 가지 않아도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엄마들끼리도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어린이뜨락이 시작됐어요."어린이뜨락협동조합 황유미 대표의 이야기다. 황유미 대표는 2012년부터 '육아사랑방'이라는 육아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을 지속하면서 여러 이유로 모임에서 나가는 이들이 생기며 흐지부지되는 듯하다가, 새로 어린이뜨락을 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조합원인 건신대학원 대안교육학과의 하태욱 교수와 육아교육을 전공한 교육학자 차상진씨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이 부모 교육 등을 지원했고 예뜰순복음교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주었다.
그렇게 2015년, 교회 공간에서 어린이뜨락이 꾸려졌다. 당시에는 영아 중심으로 모임을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고 현재는 4세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여 미술·음악·야외 활동 등 '엄마표 수업'을 진행한다. 엄마들의 경험, 전공을 살린 다양한 활동이다. 여기에 차상진씨를 비롯해 많은 이의 지원도 더해진다.
"집에서 아이와 혼자 여러 활동을 하려면 준비 과정에 비해 활동이 너무 금방 끝나 버려요. 아이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면 준비한 것을 여럿이 누릴 수 있어서 좋아요. 또, 하나의 놀이도 아이들끼리 노는 방법이 다르거든요. 그렇게 확장이 일어나니, 판을 벌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죠."조합원 강혜현씨는 '엄마표 수업'에 관해 설명한다. 물감놀이 등 집에서 쉽게 하기 어려운 활동을 여러 명의 엄마가 함께 준비하며, 많은 아이가 같이 즐기니 부담은 줄어들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주위에 있는 물건으로 놀잇감을 만들고 있다. 잡지를 찢어 모빌도 만들고 재활용 종이를 활용해 어항과 물고기를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뜨락에 모인 엄마들, 아이들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하다 보니 그 안에서 성장이 일어난다. 또한, 어린이뜨락 안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만의 관계가 아니라, '이모'라고 부르는 어른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엄마들끼리도 서로 교류하며 각자 부족한 점을 채우며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와 함께 만남과 가능성을 만드는 곳단순한 모임의 성격을 지녔던 어린이뜨락은 지난해 협동조합이 됐다. 지난해 (사)풀뿌리사람들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협동조합이 됨과 함께 어린이뜨락의 활동이 다양해졌다. 아이들의 공간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서 엄마들의 활동과 자기계발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공간에서 엄마들이 소소하게는 손뜨개 같은 걸 했는데, 이 활동을 넘어선 욕구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엄마들이 새로운 놀이를 시도해 보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어요. 기성화된 놀잇감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는 거죠."강혜현씨는 어린이뜨락에서 함께하던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냈지만, 어린이뜨락 공간에 나와 다른 엄마들과 아이들을 만난다.
"어린이뜨락은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육아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협동조합이에요. 저는 지금 유치원에 간 아이들의 방과후 활동에 관한 생각도 하고 있어요. 기존 어린이뜨락의 구조 안에서 같이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죠."처음, 공동육아를 목표로 시작했던 모임에서 다양한 활동이 생기는 시점이다. 현재 공동육아는 어린이뜨락의 다양한 활동의 일부로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마을 놀이터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동네를 탐색하며 놀 만한 공간을 찾아 지도를 만들어 보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큰언니, 큰형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청소년들도 아이들과 함께하며 진로 탐색의 시간을 보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유아교육학과 진학을 결정하기도 했다. 또 엄마들에게는 자녀들이 더 자라기 전, 청소년 시기의 관심과 고민을 접하는 기회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뜨락협동조합은 지난해에 대전 한살림 식센터와의 도농교류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황유미 대표는 어린이뜨락협동조합 안에서 엄마들의 다양한 고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엄마들은 어딜 가나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에요. 문화센터에 가도 소비자 입장으로 가는 거고요. 키즈카페에 가도 그곳에 아이를 전적으로 맡기는 거죠. 뜨락 안에서, 누군가 해주는 서비스를 바라면 안 된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같이 운영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협동조합이 된 거고 거기에 따른 책임감도 생겼어요."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고민하다어린이뜨락에 모인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을 만나며 육아로 피폐해진 마음을 회복한다. 육아에 갇히기보다, 즐겁게 육아하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또한, 단순히 내 아이만을 위한 육아보다는 우리 사회 속에서 육아의 대안을 탐색한다.
"내 아이만 잘 키우자는 취지로 결합하면 뜨락 안에서 지내기가 어려워요. 관계의 피로함 등을 감수하면서도 우리가 모인 이유는, 지금 사회의 육아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대안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예요. 엄마와 아이들이 기관을 선택하지 않아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또 단순히 영유아 육아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의 모습을 고민하면서 활동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강혜현씨는 어린이뜨락협동조합으로 단순한 공동육아가 아니라, 육아의 대안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황유미 대표도 무엇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뭘 해줄까, 뭘 가르쳐 줄까 고민하기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그런 환경을 아무도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경쟁 중심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거예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도 움직여 주지 않아요."앞으로 어린이뜨락협동조합은 더 많은 부모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이곳이 엄마와 아이들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다른 육아 모임이나 육아 공간들과의 네트워크, 육아에 있어서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역할 등도 함께 고민한다. 황유미 대표는 동네마다 부모들과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희는 감사하게도 교회 공간을 쓰고 있지요. 다른 동네에 있는 교회 등에서도 지역 주민을 위해 공간을 열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또 지자체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뜨락'의 다른 말은 '뜰'이다. 어린이뜨락협동조합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즐거운 뜨락을 꿈꾼다.
덧붙이는 글 | 대전사회적경제연구원, 월간 토마토, 오마이뉴스 공동 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위 글은 월간 토마토 5월호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