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문인협회가 고은(84세) 시인 지키기에 나섰다.
30일 오전 협회 사무실(장안동 314)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은 시인을 수원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몇몇 시민의 금도를 벗어난 행동으로 (수원시가) 애써 모셔 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빼어난 시인에게 상처를 안겨준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고은 시인은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시인이다. 시인은, 인문학 도시를 표방한 수원시의 줄기찬 구애를 받아들여 지난 2013년 8월 20년간 살던 안성을 떠나 광교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수원시가 집을 제공하고, 관리도 하고 있다.
수원 문인들이 고은 시인 지키기에 나선 이유는 광교산 주변 일부 주민들이 '고은 시인 퇴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광교산 주민대표협의회 소속 광교산 주민들은 고은 시인 집 인근에서 집회를 열어 "수원시가 고은 시인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예산지원까지 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며 '고은 시인 퇴거'를 주장했다.
주민들이 '퇴거'를 주장하는 이유는 고은 시인에 대한 불만이 아닌 수원시와의 갈등 때문이다.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 등에 제한을 받자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 보호 구역해제를 수원시에 요구했다. 이 요구가 거절당하자 고은 시인을 통해 시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주민들은 21일 집회에서 "수원시가 시인을 위해 세금을 들여 주택을 고치고 매년 1000만 원이 넘는 공공요금 등을 제공하면서, 주민들에겐 상수원 보호를 명목으로 증축 등을 막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인협회는 이 문제를 언급하며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인문학 도시 수원에서 일어났다. 논란을 더 일으켜 세계 문학을 이끄는 시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한국문학 전체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걱정을 표했다.
이어 문인협회는 "광교산 주민들과 (수원시간) 갈등도 원만히 해결돼, 이 일이 인문학 도시 수원을 도와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문인협회의 '고은 시인 지키기'에 앞서 지난 26일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들도 '고은 시인을 지켜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