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 8일 오전 10시 15분]"내가 꼬마였을 때 아빠는 강제 출국 당했어요. 그다음 날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나는 한국말을 잘하는 이주민으로 많은 취재를 당했어요. 호의와 안타까움과 오해와 왜곡 속에서 나와 상관없는 나의 모습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이젠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내 친구와 내 이웃과 우리 가족에 대해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나, 산타 모니카에 대해..."한국인과 전혀 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이주여성 산타 모니카는 자신이 연출한 영화 <날고 싶어>의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한국에 온 모니카는 남양주에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교에는 가지 못했다. 미등록 외국인은 대학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틈이 자신과 주변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모니카는 지난 수년간 5편의 영화작업에 참여했고 단편 영화 <날고 싶어>로 작은 결실을 맺었다.
모니카의 동생 샤킬도 <굿모닝 로니>라는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이주 청소년으로 생활하면서 직접 겪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피부색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른들 시선에 가둬둔다면 우리의 상처는 더 깊어질 겁니다."<굿모닝 로니>는 이주 청소년의 방황과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다.
남매의 영화는 서로 닮았다.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동생 샤킬은 지난해 방글라데시로 출국한 뒤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의 영화 관련 학과에 합격하고 유학생 신분으로 떳떳하게 돌아온 것이다.
"남양주 마석 동네에서 예술 활동을 하는 형과 누나들을 통해 어릴 때부터 연극과 영화를 접했고 몇몇 단편 영화에는 배우와 스태프로 참여했어요. 이 영화는 저의 방황과 일상을 영화화한 작품이지만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영화이기도 해요" 남매의 두 영화는 지난 21일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강당에서 개최된 '2017 남양주 세계인의 날 기념 작은 영화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이주민과 한국인 약 80명이 참석한 이 날 영화 콘서트는 강당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제대로 차단이 안 돼 영화의 3분의 1 이상을 보지 못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 대부분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거 알지? 공부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지. 엄마 속 좀 그만 썩여."영화에서 이주여성 엄마는 간곡히 말하지만, 아들 로니는 건성건성 듣는다. 그의 대충하는 대답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주배경 청소년((탈북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 중도 입국 청소년 등)들의 꿈과 미래를 잃어버린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슬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