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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마사회는 렛츠런파크 앞에 근조펼침막을 걸어놓았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마사회는 렛츠런파크 앞에 근조펼침막을 걸어놓았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고 박경근(40)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주일이 됐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 조합원인 고인은 지난 5월 27일 새벽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고인은 부인과 쌍둥이 두 아들(10살)을 두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첫 사례라고 했다.

고인은 대학에서 취득한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말 마사지사 타이틀을 획득할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강했다. 고인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마필관리사 노동조건과 고용구조 문제 등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고, 지난 5월 17일 은수미 전 국회의원과 이 문제를 두고 전화 상담하기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하루 전날, 경기에서 말이 앞발을 드는 사고가 났다. 이는 출장정지 등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당일 저녁 부인과 전화통화에서 힘든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5월 27일 새벽, 경마장 마굿간 주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고인이 남긴 유서가 발견되었는데, 해독하기 어려운 글자가 쓰여져 있었고, 거기에 'X같은 마사회'라는 글자가 들어 있었다.

고인의 빈소는 김해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은 당일 장례식장을 방문했고, 이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 '조문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노조는 마사회측에 '마필관리사의 마사회 직접 고용',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노동탄압 중단', '박경근 조합원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조교사 갑질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와 마사회측은 협상하고 있지만 진척이 없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놓았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놓았다. ⓒ 윤성효

마필관리사는 재하청 구조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는 재하청 구조다. 마사회→마주→기수→조교사→마필관리사 구조다. 마사회는 1993년까지 마필관리사를 직접고용했지만, 이후 경쟁체제 도입 등의 명분으로 이같이 바꿨다.

마필관리사는 이곳 280여명을 포함해 과천·제주까지 포함해 7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마필관리사 노조가 처음으로 생긴 때는 2004년이었고, 그 때는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그러다가 조직변경을 해서, 2015년 8월 민주노총 소속으로 바꾸었다. 양정찬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노조탄압이 심하다. 마필관리사는 계약을 맺지만 그야말로 쉬운 해고 신세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잘리기 일쑤다"고 말했다.

그는 "고 박경근 조합원은 이전에도 노조탄압이라든지 성과급 문제 등에 대해 하소연하거나 상담을 여러차례 했다"며 "일부에서 사생활 문제로 자살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근이의 소원이다, 마사회가 고용하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동안 빈소 앞 선전전 등을 벌이다가 이날 처음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은 "죽음의 착취구조, 마사회가 책임져라", "살려내라 살려내라 경근이를 살려내라", "경근이의 소원이다, 마사회가 고용하라"고 외쳤다.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사랑하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들을 두고 먼저 떠났다는 말이냐"며 "경마공원에 근무하는 마필관리사는 이대로는 참을 수 없다고 한다. 33개 마당마다 서로 경쟁하고, 한 달에 한 번씩 평가를 하는데, 마필관리사들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마사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 지금 마사회는 직접 고용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마필관리사 없이 경마장 운영이 되지 않듯이, 어떻게 경마장에서 일어난 일인데 마사회와 관련이 없다는 말이냐"고 했다.

그는 "1993년 이전에는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를 직고용했다. 무엇을 쥐어 짜려고 재하청 구조인가. 마사회는 하나인데 전국 3개 경마장의 조건은 다 다르다"며 "이제 우리는 힘있게, 당당하게 투쟁할 것"이라 말했다.

박성호 부산울산경남열사회 회장은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또 일어났다. 우리가 열사로 규정하는 순간, 열사가 못다 이룬 일을 산 자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2011년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에 이번 일이 또 벌어졌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하고 첫 번째 노동자의 자결이다. 조금만 더 우리가 신경을 써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 했다.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정문 안으로 들어가 마굿간 앞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건물로 들어갔다. 이들은 건물 2층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앞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경찰은 집회하는 동안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노동조합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겠다고 하자, 마사회 직원들이 막기 위해 정문 앞에 서 있다가 경찰의 중재로 물러서기도 했다.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졌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3일 이른 아침 김해 한 병원에 있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심 대표는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김종훈 국회의원은 오는 5일 오전 공공운수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양정찬 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안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양정찬 마필관리사노동조합 위원장이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안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노동조합 앞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노동조합 앞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노동조합 앞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고 박경근 마필관리사의 사망과 관련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3일 오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노동조합 앞에 있는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윤성효



#한국마사회#경마공원#마필관리사#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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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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