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농사일로 바쁜 생활의 연속입니다. 가뭄도 심하고 얼마 전에는 우박이 내려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농사일을 하기 전에는 이런 뉴스를 흘려보냈지만, 지금은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일기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언제 비가 올지 매일 매일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오라는 비는 오지 않고 우박이 내려 속상합니다. 이곳 횡성에도 지난 목요일 우박이 내렸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과 함께 거세게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 얼음 덩어리 같은 아주 큰 우박이 30분 동안 내렸습니다. 비가 내리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우박이라니요.
비가 그쳐 밭으로 갔습니다. 밭고랑에 물이 고였습니다. 쩍쩍 갈라져 있던 땅도 물을 흠뻑 받아 질퍽거렸습니다.
고추, 양배추, 완두콩 잎사귀가 찢겨 있더군요. 짧은 시간에 자연의 무서움을 봤습니다. 가뭄 해갈에 꼭 필요했던 비였지만 우박이 함께 내려 농부의 마음도 빗물에 씻겨 버릴 뻔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거름 뿌려 놓은 밭은 트렉터로 땅을 뒤엎고 밭고랑을 만듭니다. 어릴 적 외양간에서 키우던 소를 밭으로 데려가 할아버지께서 소와 함께 밭을 일구셨던 기억이 납니다. 검정 비닐은 농기계를 이용하여 씌웁니다.
종묘사에서 사온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줍니다. 농삿일도 기계화가 되어 일손이 적어도 일정 부분 충당이 되지만, 사람 손이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가령 밭이 언덕에 있거나 기계가 들어오지 못한다면 사람 손으로 일해야 합니다.
모터를 이용해 물을 끌어다 쓰기에 밭이 너무 멀리 있으면 큰 말통에 물을 받아 뿌리기도 합니다.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기만 한다면 이런 번거로움은 없겠지만 하늘이 잘 도와주지 않습니다. 농사일은 이래저래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시골의 생활은 바쁜 나날의 연속입니다.
잡초가 자라나 농작물의 피해가 될까 제초제를 미리 뿌리지만, 그래도 잡초는 계속 자라납니다. 제초제를 뿌리기에 이미 농작물이 크게 자라나 있다면 직접 뽑아야 합니다. 어르신들이 줄곧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밭에 김 매러 간다' 이말은 풀 뽑으러 간다는 말입니다. '김'은 풀, 그 풀은 농작물이 아닌 잡풀을 의미합니다.
해 뜨기 전부터 일을 시작해 해가 진 후에 일이 끝납니다. 대지가 뜨거워지는 낮에는 잠시 쉬며 낮잠을 즐기기도 합니다. 제누리 시간에는 막걸리로 목도 축이고, 국수나 떡으로 고갈된 체력을 보충합니다.
어쩌면 제누리 시간이 농사일을 하며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입니다.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때로는 살짝 흥에 겨워 노랫말이 나오기도 하죠. 여럿이 함께하면 힘들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과 영상은 파일로 첨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