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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기준 대학 적립금 규모가 수천억에 달했다. 홍익대, 이화여대는 7천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뒀다. 연세대는 5천억, 고려대와 수원대 3천억을 훌쩍 넘었다. 그런가하면 숙명여대, 동덕여대, 청주대, 계명대 등도 2천억 이상이다. 2천억에 육박하는 성균관대 등등. 실로 억 소리가 나는 적립금을 쌓아뒀다.

많은 사립대학들이 이처럼 수천억에 이르는 돈을 쌓아두고도 강사와 같은 계약직 근로자들의 신분과 처우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철저히 적용"과 "지속 업무 일정기간 뒤 정규직화"라는 대원칙을 밝혔다. 대학에는 강사뿐 아니라 기간제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너무나도 많다.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아니 정규직에 비해 더욱 과도한 노동 강도를 요구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저임금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 강사들이 정년트랙으로 임용된 교수들에 비해 강의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동일한 수업을 감당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 수천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쌓아둔 채, 비정규직의 고통과 신음을 외면하는 것은 교육공동체가 지향해야할 본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차별이 없고 가장 공정해야할 교육계마저 이런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다른 분야의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간제교사라는 명칭은 사라져야 한다

초·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기간제교사라는 명칭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명칭 자체부터가 문제이다. 단위학교에서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예의를 갖춰 모셔온 선생님들에게 '기간제'라는 호칭이 과연 어울리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초빙교사'라고 해도 좋겠건만. 명칭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출산이나 병가, 휴직 등 명백하게 한시적 기간을 위한 충원이 아니라 상시적 수업지도가 필요한 경우마저도 '기간제'라는 미명 아래 교사를 채용하는 실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거의 모든 사립학교가 교직원들의 급여를 시도교육청의 국가 예산으로 지급되고 있음에도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의 신분을 '기간제'라는 계약직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현실은 왜곡되고 부조리한 측면이 많다. 이런 점에서 교육공동체에 봉사하는 분들부터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국정과제 1순위가 되어야 한다. 공공부분에서 먼저 시행 되어야 민간부분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과제가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예산이다. 그런데 예산집행에는 분명한 원칙과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들이 수천억 적립금을 쌓아둔 채, 국가로부터 예산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적립금의 일정 부분을 소진한 이후에 국가예산을 지원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연구비 횡령이나 각종 비리와 부정에 연루된 대학에 대해서는 예산지원을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대학들이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이며 힘없는 대학원생이나 강사들을 짓누르며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학교들도 비일비재하다.

학교구성원인 교수, 학생들이 민주적인 소통구조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심지어 온갖 사유를 들어 부당하게 탄압과 징계를 일삼고 있는 초중고와 대학에 대해서는 과감한 제재가 필수적이다. 부당징계로 발생하는 급여의 이중지급도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해당 학교법인에 구상권을 청구하여 국고로 환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인재뿐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오른쪽)가 2013년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0년 7월 광주에서 처음 만난 류 박사는 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씨의 자살로 인해 불거진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영곤(왼쪽)·김동애(가운데) 부부와 피켓을 들었다.
성균관대 시간강사에서 해임된 뒤 2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1인시위를 해 온 류승완 박사(오른쪽)가 2013년 7월 연구원으로 복직했다. 2010년 7월 광주에서 처음 만난 류 박사는 당시 조선대 시간강사 서정민씨의 자살로 인해 불거진 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금도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영곤(왼쪽)·김동애(가운데) 부부와 피켓을 들었다. ⓒ 전대신문

상명대학교 이영이 박사의 사례를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박사학위논문 지도교수가 이 박사의 저작권을 강탈했다. 그런가 하면 연구비 유용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럼에도 이를 시정해 달라는 강사의 정당한 요구에 강의를 담당하지 못하도록 했고 게다가 학교 측은 총동문회 명의로 "이영이는 개인의 목적을 위해 대학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는 현수막을 캠퍼스에 내걸었다. 교내에 설치된 현수막을 보며 대학 측이 힘없는 강사를 향한 집단 따돌림의 실체 앞에서 망연자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상명대 총동문회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과연 진지한 논의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힘없는 연구자이자 스승인 한 사람의 인격체를 집단의 이름으로 인격 살인에 가까운 참담한 일을 벌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에서 10년째 풍찬노숙하며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 확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김동애, 김영곤 박사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로움을 상실한 채 교육불평등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지. 이토록 잔혹할 수 있는지 참으로 눈물겹기까지 하다. 21세기 첨단지식사회의 창의적 인재양성을 목표로 교육혁신을 추구하는 이 시점에 교육공동체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에겐 자원도 없다. 그렇다고 넓은 영토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우리가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것은 '사람'이고 '인재'뿐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람의 가치를 고양하고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래서 교육이 우리 민족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데 왜 교원 채용을 늘리느냐는 주장은 짧은 생각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교원을 더욱 늘려서 세계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교육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 지구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지금이 바로 적기이다.

덧붙이는 글 | 전경원 기자는 내부제보실천운동 대외협력위원장이자 하나고 교사입니다.



#정규직#시간강사#기간제교사#학교비정규직#계약직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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